[김정은-시진핑 평양 정상회담]5개월 만에 다시 만난 北-中 정상
○ ‘비핵화 4자 구도’ 노리는 中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합리적인 안보와 발전의 우려를 확실히 해결하는 데 힘닿는 데까지 최선의 도움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 해결 과정을 지지한다”면서 “북한 및 관련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더욱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결국 북한이 말하는 합리적 관심사는 안보 우려인데 중국이 돕겠다고 하면서 시 주석이 체제 보장을 약속한 것”이라며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등에서 미국에 관계 개선을 위시한 체제 안전보장을 요구했으나 잘 풀리지 않은 틈새를 시 주석이 파고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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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회 토론회에서 “중국이 끼어 셈법을 중국식으로 바꿨다. 3자에서 4자 구도로 판을 벌이려 하는데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 시진핑을 메신저로 활용한 김정은의 셈법
이날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다목적 계산과 부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해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떨어졌던 본인의 위신을 살리고, 시 주석의 정상회담 수요도 채워 주는 계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관련국이 협력하고 각 측의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하는 방안을 탐색하길 원한다”고 말한 것도 미국을 겨냥해 셈법을 바꾸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중 밀착이 자칫 북한과 미국이 어렵게 쌓아온 비핵화 대화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동시에 “인내심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한 만큼 추가 도발 등으로 대화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