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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현실적 위협으로 등장한 ‘호미페’

입력 | 2019-06-18 16:06:00

두산 페르난데스.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는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외국인타자다. 이름이 길다보니 줄여서 ‘호미페’로 통한다. 한국야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쿠바 국적의 우투좌타 내야수다.

‘호미페’ 페르난데스의 기세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어느새 타격 전 부문에서 리그를 지배하는 최고 타자로 등극했다. 이제 반환점을 갓 돌거나 목전에 두고 있을 뿐인데, 벌써 세 자릿수 안타를 몰아쳤다. 유일하다. 17일까지 105개로 최다안타 1위다. 타율(0.363)과 장타율(0.543)은 NC 다이노스 양의지(0.363·0.597)에 이어 2위다. 홈런은 공동 11위(10개), 타점은 6위(53개)다.

세이버메트릭스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ins Above Replacement·WAR)에선 4.10으로 2위 양의지(3.61)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다. 결승타도 9개를 뽑아 키움 히어로즈 제리 샌즈(10개)에 이어 팀 동료 김재환과 함께 공동 2위다. 어느새 두산 타선에서 ‘대체불가선수’가 됐다.

페르난데스의 활약을 지켜보는 김태형 두산 감독도 흐뭇하기만 하다. 11~13일 한화 이글스와 치른 대전 원정 때다. 경기 전 자신의 주 수비 포지션인 1루가 아닌 2루에서 훈련하던 그를 보고 김 감독은 “쟤는 쿠바국가대표팀에서 연락 왔나봐”라며 취재진에게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쿠바는 11월 6~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19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조별리그 C조에서 슈퍼라운드(일본 도쿄) 진출을 다툴 한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때마침 김평호 야구국가대표팀 전력분석총괄코치가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는 쿠바선수들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를 다녀온 직후였다. 김 코치는 쿠바의 오른손 거포들에 주목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알렉스 게레로, 주니치 드래건스 다얀 비시에도, 소프트뱅크 호크스 유리스벨 그라시알와 알프레도 데스패뉴 등이다.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등 왼손투수들이 마운드의 주력이 될 한국으로선 부담스럽다. 여기에 왼손 거포 페르난데스가 올 시즌 KBO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안방에서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는 격이다.

C조에는 한국, 쿠바와 더불어 호주, 캐나다도 있다. 조 2위 안에 들어야 A~C조 상위 2개국, 총 6개국이 겨루는 슈퍼라운드에 오를 수 있다. 내년 도쿄올림픽 직행 티켓을 거머쥐려면 11월 프리미어 12에서 슈퍼라운드에 들어야 하고, 대만과 호주를 제치고 아시아·오세아니아 1위를 거머쥐어야 한다. 첫 관문이 조별리그인데, 한국이 목표를 이루려면 쿠바를 확실히 제압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적어도 페르난데스에게 ‘부메랑’을 맞아선 곤란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특별히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두산 스카우트팀에 따르면, 페르난데스의 가장 큰 강점은 코스에 관계없이 맞히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선구안이 좋아 출루율도 높다. “처음에는 장타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판단했는데, 현재로선 단점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자체 평가다. ‘호미페’ 페르난데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서둘러야 할 듯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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