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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제국, 잇단 마약 스캔들에 휘청… 한류뿌리 케이팝 흔들린다

입력 | 2019-06-17 03:00:00

마약수사 무마 의혹에 업계 충격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오른쪽 사진)의 사의 표명 이후 YG엔터테인먼트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16일 찾은 서울 마포구의 YG 사옥에선 인근 담벼락에 ‘빅뱅 최고’라고 쓴 팬들의 낙서가 보였다. 뉴스1·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YG엔터테인먼트 사태가 케이팝과 한류 관련 업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YG가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와 함께 20년 이상 한류의 큰 기둥과 산파 역할을 해온 만큼 케이팝 산업 이미지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50)는 14일 사퇴 의사를 밝히며 “현재의 언론 보도와 구설의 사실 관계는 향후 조사 과정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클럽 버닝썬 사태 등 여러 이슈에서 ‘사실 무근→사과→연예인과 계약 해지’가 이어진 만큼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경찰, ‘비아이 전담팀’ 구성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YG 소속 아이돌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23)의 마약 구매 및 투약 의혹과 양 프로듀서의 경찰 수사 무마 의혹 조사를 위해 A 씨(25) 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해외에 머물고 있는 YG 연습생 출신의 A 씨는 2016년 8월 마약 투약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에 비아이의 마약 관련 진술을 하자 양 프로듀서가 나를 불러 진술 번복을 압박하는 등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며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A 씨는 자신을 대리해 권익위에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를 이달 초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경기남부청은 14일 마약수사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16명 규모의 ‘비아이 수사 전담팀’을 꾸렸다. 경찰은 비아이의 마약 구매 및 투약 의혹 수사팀과 양 프로듀서의 경찰 수사 무마 의혹 수사팀, YG와 경찰 간 유착 의혹 수사팀 등으로 업무를 나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 조사를 통해 비아이의 마약 투약 의혹과 양 프로듀서가 A 씨를 협박해 경찰 조사를 무마하려 했는지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침이지만 A 씨 측과 연락이 잘 닿지 않아 아직 조사 일정을 정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A 씨 측은 “경찰 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경찰이 아닌 검찰에서 조사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YG 음악 불매 움직임

양 프로듀서와 동생인 양민석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해서 YG가 곧바로 멈춰 서지는 않는다. YG는 14일 대표이사 변경 예정 사항을 공시했다. 연예계에서는 YG가 이번 주 내 새 대표이사를 선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현석 씨가 맡던 총괄 프로듀서직은 공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양 프로듀서가 YG 콘텐츠의 전체적 방향이나 디테일에만 주로 손을 댔던 만큼 총괄 프로듀서라는 직책 없이도 테디 등 YG의 여러 다른 프로듀서들이 종전대로 제작 실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YG에서는 최근 인기 TV 프로그램 우승자 출신 전소미가 데뷔 앨범을, 이하이가 3년 만에 앨범을 내고 활동 중이다. 세계적 인기를 얻은 그룹 블랙핑크도 13일과 15일 첫 호주 콘서트를 열며 해외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역풍이 만만치 않다. 이번 사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외신을 타고 해외 팬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파됐다. CNN은 “방탄소년단의 활약으로 케이팝 인기가 해외에서 늘고 있지만, 부정적인 주목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빌보드도 ‘YG 창립자 양현석이 혼란 속에 회사를 떠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케이팝 팬들 일각에서는 블랙핑크, 전소미, 이하이, 악동뮤지션 등 구설에 연루되지 않은 YG 소속 가수들을 걱정하거나, YG 음악을 불매하자는 분위기까지 나온다.

○ YG 21년 아성의 빛과 그림자


YG는 빅뱅, 2NE1, 블랙핑크 같은 굵직한 가수들을 기획해 세계의 이목을 끌며 한류 확산에 기여했다. 1998년 설립 이후 YG패밀리, 지누션 등을 앞세우며 힙합 문화를 회사의 DNA로 삼은 만큼 자유롭고 개성 있는 이미지의 가수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YG 특유의 가족적 분위기를 양날의 칼로 보기도 한다.

2NE1의 전 멤버 박봄부터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탑, 스타일리스트 양갱, 전 프로듀서 쿠시, 승리와 버닝썬 사태까지 약물 사건은 수년간 이어졌다. 한 연예기획사의 실장은 “YG는 콘텐츠 제작에서 자유와 개성을 강조하면서 구성원의 일탈을 방조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톱다운’ 방식의 의사구조가 결합된 이율배반이 그림자를 낳았다”고 풀이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경찰과 정·재계 유착 논란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만큼은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YG에 남은 가수는 물론이고 케이팝 업계, 더 나아가 사회에도 의혹 해소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임희윤 imi@donga.com·구특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