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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하원, 유로外 별도 화폐 발행 법안 통과시켜

입력 | 2019-06-11 03:00:00

동맹당-오성운동 “국가부채 해결”… 대통령-경제장관 등 내부서도 반대
무디스 “유로존 탈퇴 첫번째 단계”




이탈리아 정부가 유로가 아닌 ‘병용 화폐(parallel currency)’로 빚을 갚기 위해 소액 국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유로 외에 다른 화폐 발행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이 빚어지면서 ‘이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이탈리아 하원은 병용 화폐 ‘미니 보트(BOT·Bills of Treasury)’로 국가 부채를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집권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극우 동맹당과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이를 주도했다. ‘보트’는 이탈리아 단기 국채를 뜻한다. 액면가가 소액이란 뜻에서 ‘미니’란 말이 붙었다. 이 채권의 액면가는 1유로에서 500유로까지다. 일반 채권과 달리 이자도, 만기일도 없다. 줄곧 ‘유로 탈퇴’를 외쳐온 동맹당 소속의 클라우디오 보르기 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이 세금을 낼 때도 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의 구속력은 없지만 독일, 프랑스에 이어 유로존 3위 경제대국 이탈리아에서 다른 화폐 사용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을 두고 유럽 국가들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빠져나가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2.2%였다. 올해 133.7%, 2020년 135.2%까지 확대될 것으로 EU는 전망하고 있다. 당초 오성운동은 정부지출 확대, 동맹당은 감세를 통한 성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재정적자를 각국 GDP의 3% 이하로 제한하는 EU 법안 때문에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동맹당과 오성운동은 모두 “EU 규칙을 따르지 않겠다”며 병용 화폐 카드를 내놨다. 반면 EU는 ‘과다 재정적자 시정 절차(EDP)’로 불리는 징계에 착수하며 맞섰다.

이탈리아 출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미니 보트 발행은 병행 통화란 ‘불법’을 저지르거나 국가 부채를 더 늘리는 일일 뿐”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정부 관료들도 가세했다. 조반니 트리아 경제장관은 “불법이고 쓸모없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주세페 콘테 총리와 파올로 젠틸로니 대통령도 “각종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반면 루이지 디마이오 부총리 겸 오성운동 대표는 로이터에 “그들은 항상 침묵하고 있다가 누군가 새로운 방안을 제안하면 즉시 ‘아, 안 돼, 불가능해’라고 말한다. 병용 화폐가 싫다면 부채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라”고 반박했다.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동맹당 대표도 디마이오 부총리를 지지했다. 대통령, 총리, 경제장관과 부총리, 내무장관이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되자 콘테 총리와 디마이오 부총리 등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