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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들 돌보는데 지원금 못주나요”

입력 | 2019-06-07 03:00:00

직계 가족엔 활동 지원금 안줘… 일부선 부모끼리 맞바꿔 돌보기도
“내 아이 내가 잘 아는데… 한숨
“가족 대신 정부가 책임져야”… “돈만 챙기는 도덕적 해이 우려”
장애인단체 안에서도 찬반 갈려




경남 창원시에 사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정모 씨(36)는 1급 중증장애 아들(7)을 두고 있다. 정 씨는 혼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들을 눕혀 두고 다른 지체장애 아동을 돌보러 매일 아침 아파트 옆 동으로 출근한다. 그 시간 정 씨의 아들은 다른 활동지원사가 돌본다.

장애 아동 부모들이 이렇게 ‘교차 돌봄’을 하는 이유는 장애가 있는 직계가족을 돌보는 활동지원사에게는 정부가 급여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계에 꼭 필요한 급여를 받기 위해 다른 장애 아동을 돌보는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 아동은 활동지원사가 맡기를 꺼린다. 이런 아동을 둔 부모 입장에선 아이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자신이 직접 아이를 돌보며 정부 지원을 받기를 원하지만 정부는 부정수급 등을 우려해 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정 씨는 “아이가 갑자기 숨을 못 쉬면 산소통을 연결해줘야 하고, 가래도 정기적으로 빼 줘야 한다”며 “부모에게도 힘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뇌병변 1급 아들(15)을 둔 유모 씨(42)는 “아이를 제때 먹이고 다치지 않게 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배변 교육과 사회성 교육을 해야 하는데, 활동지원사에게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증장애 가족을 둔 활동지원사를 중심으로 직계가족을 돌보더라도 활동지원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급여 지급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와 6일 현재 1만1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중증장애 가족이 있는 활동지원사들은 “아동수당이나 보육수당 등의 형태로 이미 가족 간 돌봄에 국가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장애인 지원만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은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돌봄은 가족이 아닌 정부와 사회가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활동지원사의 급여를 높여 언제 어디서든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또 장애인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서 돈만 챙기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1년 도입된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1∼3등급 장애인(약 65만 명)의 식사나 목욕, 외출을 돕고 1시간에 1만2960원의 급여를 받는다. 올 3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7만648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활동지원 급여로 총 1조1630억 원의 정부 예산이 사용됐다.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으면 급여의 6∼15%를 장애 가족들이 부담한다.

전문가들은 각 가정의 사정이 다른 만큼 장애인을 둔 가정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선진국에선 지원금을 주고 장애인 가족이 직접 돌볼지 선택하도록 한다”며 “가족 돌봄을 허용하는 대신 장애인의 건강이나 위생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