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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바이올린 여제’ 레이철 포저가 선사하는 사계의 선율

입력 | 2019-06-04 03:00:00

12일 LG아트센터서 내한공연
작년 ‘브레콘 바로크’와 협연 앨범, 그라머폰 ‘올해의 아티스트’상 수상




서울 LG아트센터에서 12일 비발디 ‘사계’를 공연하는 레이철 포저. 지난해 발매한 ‘사계’ 음반은 그라머폰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그에게 안겨줬다. LG아트센터 제공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집 ‘사계(사계절)’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 악보에 빠르기나 장식음, 저음악기의 종류 등이 기록되지 않아 연주마다 전혀 다른 느낌의 ‘네 계절’을 선사한다. 바로크 협주곡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바로크 협주곡의 재인식을 가져온 작품이 바로 이 곡인 데다 인기와 음반의 종류에서 ‘최고, 최다’를 자랑하기에 그 다양성은 한층 선명하다.

‘바로크 바이올린 여제’로 불리는 영국의 레이철 포저(51)가 12일 서울 LG아트센터에 이 ‘사계’를 들고 온다. 2002년, 2009년에 이어 세 번째 내한이다. 그가 지난해 채널클래식스 레이블로 브레콘 바로크 악단과 협연한 음반(사진)은 2018년 영국 그라머폰지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안겼다. 13년 전 직접 창설해 포저의 수족과 같은 브레콘 바로크와 달리 이번은 그가 15년 동안 객원 리더로 활동해온 계몽시대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춘다.

이번 공연에서도 포저는 독주와 함께 음반에 쏟아 넣었던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투사하며 악단을 이끌 것이다. 음반으로 이번 공연의 면모를 미리 예측해볼 수 있는 이유다.

앨범에서 포저는 신기함을 의식적으로 추구하지 않는다. 강약대비나 빠르기에서는 중용을 선택했다. 그러나 기교의 정밀함과 다채로운 세부의 뉘앙스는 단연 독보적이다. 고급스럽고 편하다.

고(古)악기 등장 이전의 이무지치나 베를린필판 ‘사계’에서 저음 화음악기는 있는 듯 마는 듯했다. 악보에 명확히 역할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크 전통을 되살린 연주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존재가 주목받게 되었다. 이 음반에서 쳄발로, 류트, 오르간 등 저음악기는 배경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끊임없이 즉흥연주를 펼치며 바이올린과 대화한다.

그러나 연주를 단연 빛나게 만드는 요소는 포저의 바이올린 솔로가 지어내는 정밀한 윤곽과 오묘한 즉흥성이다. 가을 1악장 반복 부분마다 8분음표를 16분음표 두 개로 나누거나 부점을 넣는 등 새로운 표정을 더하는 부분이 재미를 배가한다. 영국 더타임스는 포저의 ‘탄력 있는 프레이징, 명쾌함, 질감과 강약대비의 오묘함’에 찬사를 보냈다.

이번 공연에서는 ‘사계’ 외에 코렐리, 만프레디니, 제미니아니 등 바로크 작곡가들의 합주협주곡과 비발디 류트 협주곡 D장조도 연주한다. 4만∼11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