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경 승진 예정자 태도 논란…성평등 교육서 “피곤·귀찮·빨리 끝내”
경찰서장이 될 사람들 중 일부가 성 평등 교육 과정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수업 자체에 불만을 제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여성학 연구자인 권수현 박사의 페이스북에는 ‘2019년 5월 29일 수요일, 경찰대학에서 실시된 ‘치안정책과정’의 성 평등 교육에서 있었던 일을 공유하고자 한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 따르면 당시 교육의 강연자로 나선 권 박사가 조별 토론을 제안하자 “피곤한데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그냥 강의하고 일찍 끝내라”, “커피나 마셔볼까”라며 교육생 15명 이상이 자리를 나갔다.
또 권 박사는 교육 도중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는 근거가 무엇이냐”, “통계 출처를 대라”는 식의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10%대에 불과한 경찰 조직 내 여경 비율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교육에 참여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관리자는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이 50%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느냐”고 불평하기도 했다고 권 박사는 전했다.
권 박사는 “이들의 의도는 성 평등이라는 주제 자체를 조롱하는 것이었다”며 “이들은 모두 시종일관 ‘성 평등한 조직 만들기’라는 관리자에게 주어진 과업을 부정했고, 동료들의 부적절한 언행 앞에서 그 행위에 가담하거나,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성들만으로 이뤄진 조직이 왜 그렇게 무능하고, 자정 능력이 없는 조직이 될 수밖에 없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며 “한국 사회에 ‘치안’ 행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전체 경찰관의 남성 비율, 경찰 지휘부의 남성 비율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