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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웃음, 갈수록 커진다

입력 | 2019-06-03 03:00:00

일반상대성이론 입증 100주년
중력파 발견, 블랙홀 관측 등… 후학들 증명으로 이론 탄탄해져




5월 29일은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일반상대성 이론이 실제 입증된 지 꼬박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우주의 네 가지 힘 가운데 하나인 중력이 시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일반상대성 이론을 태양과 그 주변에 보이는 별을 관측해 증명했다. 지금도 일반상대성 이론에 대한 검증은 계속되고 있다. 가까운 태양이 아닌 먼 우주에서도 두루 적용되는 이론인지,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통하는지를 확인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태양 주변 별의 위치를 통해 낯선 이론을 검증

1915년 11월 발표된 일반상대성 이론은 난해한 방정식과 그 풀이가 암시하는 이상한 천문 현상 때문에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중력이 시공간을 구부린다는 개념은 당시로서는 완전히 새로웠다. 시간과 공간이 절대 불변라고 믿던 기존 우주관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기 때문이다. 직진성을 가진 빛이 구부러진 시공간 때문에 마치 렌즈를 통과한 것처럼 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덧붙여지면서 의구심은 더 커졌다.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이런 의구심을 직접 검증해 확인하고자 관측에 나섰다. 에딩턴은 1919년 5월 29일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서 관측 가능한 개기일식을 이용했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태양 같은 별은 자신의 중력으로 주변 시공간을 조금 휘게 한다. 일식 때 태양 주변에 보이는 먼 별의 위치를 관측해 태양이 없을 때와 비교하면, 일반상대성 이론이 예측한 대로 실제로 시공간이 휘어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에딩턴의 관측팀은 아프리카 서부 해안 프린시페섬과 남미 브라질 소브라우에서 히아데스 성단 등 태양 주변에서 관측할 수 있는 별의 위치를 촬영해 확인했다. 같은 해 11월 발표한 관측 결과 태양 주변에서 관측되는 별의 위치는 평소에 비해 달라져 있었고, 바뀐 거리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통해 예측한 값과 비슷했다. 에딩턴의 발견은 아인슈타인이 세계적 유명인이 된 계기가 됐다.


○블랙홀, 가장 극단적인 환경의 중력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을 내놓은 지 4년 뒤 영국의 아서 에딩턴이 일식 관측으로 이론을 검증했다. 에딩턴이 관찰 내용을 빼곡히 기록한 공책. 위키미디어 제공

일반상대성 이론은 블랙홀의 존재를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블랙홀은 직접 관측할 수가 없었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에 존재하는 천체의 움직임이나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 주변에 모인 물질의 움직임, 회전면 수직 방향으로 내뿜는 강한 전파와 물질(제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존재를 확인했다.

올 4월 10일에는 처음으로 블랙홀을 직접 관측해 일반상대성 이론이 증명됐다. 100년 전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중력이 주변 시공간을 휘어 빛의 진행을 바꾸는 현상을 관찰했다. 김재영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연구소 연구원은 간담회에서 “극단적으로 중력이 강한 조건에서 블랙홀이 빛의 진행을 바꾼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한 결과”라고 말했다.


○중력파, 암흑물질 등 현대 우주론 주제와도 관련

2015년부터는 질량이 있는 물체가 속도가 변하는 운동을 할 때 생성돼 우주에 퍼지는 미세한 시공간의 일렁임인 ‘중력파’ 검출이 가능해졌다. 당시 미국 라이고 과학협력단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여러 달에 걸친 분석 끝에 2016년 첫 중력파 관측 사실을 발표했다. 지금은 장비가 대거 개량돼 한 달에도 여러 개의 중력파가 검출되고 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있다. 우주를 구성하는 존재이며 강한 중력을 발생시키는 물질인 ‘암흑물질’의 검출이다. 암흑물질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물질보다 5, 6배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물질이다. 보이지도 않고 반응성도 낮아 관측이 어렵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존재를 확인할 수는 있다. 망원경으로 먼 은하를 관측하면, 더 먼 곳에 있는 은하나 별의 빛이 앞에 있는 은하의 중력에 의해 휘는 ‘중력렌즈’ 현상이 나타나는데,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계산해 보면 은하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력이 일으키는 것보다 훨씬 강한 중력렌즈 효과가 측정된다. 무언가 추가로 중력을 일으키는 물질이 은하에 있다는 뜻이다. 천문학자들은 암흑물질이 그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암흑물질의 정체로 생각되는 입자 후보가 여럿 제기돼 있으며, 이들을 검출하려는 실험실이 세계에 수십 개 설치돼 관측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설 속의 후보 입자인 ‘액시온’과 ‘윔프’를 관측하기 위한 연구팀이 지금도 우주를 지켜보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