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유민상(왼쪽)과 최형우가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3회말 안치홍의 적시타로 나란히 홈을 밟은 뒤 손을 맞잡으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19 KBO리그 9위 롯데 자이언츠와 10위 KIA 타이거즈에게 ‘양보’란 없다. 갈 길이 바쁜 두 팀이 주중 3연전 첫 맞대결서부터 피 튀기는 혈전을 벌였다.
롯데와 KIA는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9 KBO리그 시즌 네 번째 맞대결을 펼쳤다. 3시간 30분이 넘는 장기전에서 최종 승리를 거둔 것은 홈팀 KIA였다.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한 박찬호의 맹활약에 힘입어 10-6으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최하위권 맞대결인 만큼 두 팀은 서로를 발판 삼아 재도약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 이는 두 팀이 모두 최근 유독 ‘최악’이라 할 수 있을만한 행보를 함께 걸었던 이유에서다.
KIA는 부진한 성적에 수장을 잃었다. 김기태 전 감독이 자진사퇴를 결정하면서 박흥식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았다. 대전 원정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장식하며 잠시 숨을 돌렸지만, 아직까지도 만회해야 하는 승패 마진 손해는 높게만 쌓여 있다. 3연전 첫 경기 승리에 아직까지도 만족할 수 없는 이유다.
본의 아니게 시즌 초중반에 ‘단두대 매치’가 형성된 꼴이다. 서로를 상대로 2패 이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재도약의 기회를 저 멀리 차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단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원정팀 롯데다.
롯데는 올 시즌 KIA와의 첫 3연전 맞대결에서는 크게 웃었었다.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사직 홈 3연전에서 KIA를 상대로 3연승 스윕을 거둔 바 있다. 이전 6연패의 충격을 벗어나는 데 가장 큰 발판 역할을 했던 게 바로 이 홈 3연전 3연승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와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KIA는 당시 롯데를 상대로 남긴 안 좋은 기억을 빨리 떨쳐내겠다는 의지다. 사직에서 3연패를 당하면서 이후 연패 숫자는 ‘9’까지 늘어났다. 이후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연패 탈출에 성공했지만, 이미 뒤쳐진 선두권과의 격차는 점점 더 만회하기 힘든 수준까지 갔다.
그러나 21일 승리로 희망의 끈을 잠시나마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2연승으로 박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후 첫 연승가도에 올랐다. 재도약의 발판을 먼저 마련한 것은 일단 KIA였다. 그대로 밟고 일어서느냐, 아니면 롯데의 반전이냐, 광주에서의 혈전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광주|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