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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아차차” 스페인왕 면전서 과거국가 합창

입력 | 2019-05-10 03:00:00

파시스트 독재 프랑코 시대 국가
스페인 외교관들 강력 항의… 伊대통령, 펠리페 국왕에 사과




스페인 국왕을 초대한 이탈리아가 파시스트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 전 총통 시기의 국가(國歌)를 부르는 외교 결례를 저질렀다.

8일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남부 나폴리에서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3국의 디지털 기술협력 행사가 열렸다. 이탈리아 정부는 행사에 참석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마르셀루 헤벨루 드소자 포르투갈 대통령 등을 유서 깊은 산카를로 오페라극장에 초대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도 동석했다.

행사 초반 오페라극장의 오케스트라가 청소년 합창단과 함께 각국 국가를 연주할 때 사건이 터졌다. 합창단은 스페인 국가를 옛날 가사로 노래해 좌중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스페인은 독재 정권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기존 국가의 곡은 고수하되, 가사를 삭제했다. 과거 가사가 프랑코 독재를 찬양하던 시인 호세 마리아 페만이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스페인 국가에 비공식적으로 붙은 가사가 있지만 공식 석상에서는 대체로 가사 없이 멜로디만 흘러나온다.

펠리페 6세가 현장에서 별다른 항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스페인 외교관들은 행사 이후 외교 결례에 강하게 항의했다. 합창단이 왜 현대 스페인에서 금기시되는 프랑코 시대 국가의 가사를 불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고 후 마타렐라 대통령은 “행사 주최자가 실수를 저질렀다”며 로산나 푸르키아 산카를로 극장장과 함께 펠리페 6세에게 사과했다.

프랑코는 1939년부터 1975년까지 스페인을 다스리며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절대 군주다. 선거나 단체, 정당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언론인은 모두 투옥됐던 프랑코 시대는 스페인에선 암흑의 시기로 통한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