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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다양성 인정, 법으로 보호하는 선진국

입력 | 2019-05-04 03:00:00

佛, 동거커플에 ‘가족수당-복지급여’ 혜택
英, 10대 미혼모에 週당 30만원 양육비
전통적 가족의 해체라기보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 공감대




해외 선진국들의 가족 정책은 다양성을 최대한 인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바탕에는 ‘혼인이나 혈연으로 구성된 가족이 아니더라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깔려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미혼모 가정에는 직업 교육과 보육 지원 등을 강화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한다.

대표적인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1990년대 동거 인구가 급증하자 1999년 ‘팍스(PACs·시민연대협약)’ 제도를 도입했다. PACs는 결혼하지 않아도 가족수당과 사회보장급여, 소득세 산정 등에서 혼인 가구와 동일한 혜택을 주는 제도다. PACs 건수는 2000년 1만6589건에서 2017년 18만6614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해 결혼 건수는 22만6671건이다. 조만간 동거 커플 수가 결혼 커플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용주는 PACs 커플에게도 결혼 커플과 똑같은 출산이나 사망과 관련한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유서를 남기면 PACs 커플끼리 유산도 상속할 수 있다. 정부에 동거 사실을 신고할 때도, 이별을 통보할 때도 지방법원에 서류 한 장만 보내면 된다.

영국은 2004년 동성애자 커플에게 혼인 관계와 유사한 법적 권리를 허용한 ‘시빌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를 이성 커플로 확대했다. 결혼이나 시빌 파트너십 중 어느 쪽을 택해도 상속, 세제, 연금 등에서 차별받지 않는 것이다.

결혼 전 동거가 보편화된 스웨덴은 이보다 앞서 1988년 ‘동거법’을 제정해 동거 커플이 임신, 출산, 양육을 할 때 혼인한 부부와 같은 권리를 보장했다. 아동수당이나 출산휴가 등 복지 서비스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개인 신상을 적는 관공서 등의 서류에는 기혼과 비혼 외에도 ‘동거’를 선택하는 칸이 있다.

선진국들은 미혼 가정 역시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덴마크는 미혼모에게 모성보호법, 임신보호법을 똑같이 적용해 결혼한 여성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한다. 아이 아빠가 양육을 포기하고 달아나는 것을 막기 위한 ‘히트앤드런 방지법’도 있다. 양육을 포기한 쪽은 매달 일정 금액을 양육자에게 보내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영국은 10대 미혼모가 학업을 계속 이어가길 원하면 교육 유지 수당을 지급하고, 자녀 1인당 일주일에 약 30만 원의 양육비를 제공한다. 독일 미혼모들은 부모에게 나누어 쓰도록 주어진 육아휴직 기간 14개월을 혼자 다 사용할 수 있다.

유럽 국가의 이런 노력은 출산율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997년 각각 1.7명, 1.5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2016년 나란히 1.9명대를 회복했다. 동거 가정, 미혼 가정, 혼외 출산 등을 전통적 가족의 ‘해체’로 여기기보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으로 보고 사회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인 결과다.

유럽뿐 아니라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배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지바(千葉)시는 사실혼 커플의 ‘파트너’ 지위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동거 커플이 서로를 파트너로 선언하는 문서에 서명하면 ‘파트너십 증명서’를 발급하고, 이들에게 결혼 커플과 동등한 혜택을 주겠다는 의미다. 파트너 범위에는 성소수자 커플까지 포함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지바시는 이 파트너들에게도 친족끼리만 거주할 수 있는 공영주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박성민 min@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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