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 DJ땐 “물의 빚은 총장 퇴진” 서명… 檢안팎 “자리 연연하지 않는 사람”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법무연수원에서 검사들에게 강연을 하면서 자신이 연판장을 돌렸거나 검찰 지휘부에 사퇴를 건의했던 세 가지 일화를 구체적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사법연수원에 다니던 1988년 7월 문 총장은 정기승 당시 대법원장의 임명에 반대하는 성명을 주도했다. 사법연수원생 600여 명 중 3분의 1가량인 181명이 연판장에 서명했는데 이 성명의 발표로 국회에서 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인천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던 1999년 2월 문 총장은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평검사의 서명에 적극 참여했다. 서울 인천 부산지역 평검사 150여 명이 이른바 ‘옷로비 사건’에 부인이 연루된 김 총장의 전횡을 비판하고, 퇴진을 요구하는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다. 김 총장이 같은 해 5월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하면서 검찰 인사 때 문 총장은 사상 첫 ‘검란(檢亂)’의 주동자로 지목돼 지방으로 좌천됐다. 문 총장은 이 얘기를 하면서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고 서명을 주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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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총장은 평소 “나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사석에서도 연판장에 서명한 얘기를 자주 한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동기생은 “문 총장은 2년 임기를 채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