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베이징발 기사에서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오토 웜비어의 치료비 명목으로 200만 달러의 청구서를 미국 측에 제시했었다”고 전했다. 웜비어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조셉 윤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을 전달했고,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는 것. WP는 “그들(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특사에게 200만 달러의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서류는 재무부로 전달됐으나 2017년에 집행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후에라도 실제 지급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WP는 “병원비 청구는 북, 미 어느 쪽에서도 공개한 적이 없는 내용”이라며 “북한이 공격적 전술을 쓰는 정권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대단히 뻔뻔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오토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는 “병원비 청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마치 인질의 몸값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오토 웜비어는 심각한 뇌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혼수상태로 석방된 뒤 엿새 만에 숨졌다.
윤 전 대표도 기사가 보도된 이후 CNN방송에 “이것은 내가 확인해줄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의 외교적 교환과 협상”이라고만 말했다. 다만 그는 “당시 내가 받은 지시는 ‘오토를 되찾아 오라’는 것이었다”며 “당시 틸러슨 국무장관과 연락하면서 긴밀히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AP 뉴시스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에게 막대한 병원비를 내야 한다고 위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북한에 붙잡힌 뒤 2년간 억류됐던 선교사 케네스 배 씨는 당뇨로 병원 진료를 받을 당시 진료비로 하루 600 유로를 청구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배 씨는 진료비가 3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지만 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석방됐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토 웜비어의 석방을 위해 북한에 돈을 준 적 없다. 200만 달러라는 얘기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다른 어떤 것도 준 적 없다. 지금의 미국 정부는 인질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18억 달러(약 2조900억 원)를 쓰고 붙잡은 테러범들을 적대국에 넘겨 다시 테러를 저지르게 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