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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김태우, 상부지시 없이 민간인 사찰”… 野 “빙산의 본체는 감춰”

입력 | 2019-04-26 03:00:00

김태우 기소… 靑관계자 4명 무혐의
檢, 우윤근 비위-공항철도 첩보 등… 金폭로 16건중 5건 ‘비밀누설’ 판단
“증거없다”며 靑윗선 4명엔 무혐의… 김태우 “법의날에 법치 사망” 반발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재직 당시 작성한 문건을 공개하면서 촉발된 청와대와 김 전 수사관 측의 맞고발 사건이 25일 마무리됐다. 검찰은 김 전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긴 반면 김 전 수사관이 고발한 청와대 관계자 4명은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 김 전 수사관 폭로 16건 중 5건만 기소

김 전 수사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수사한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욱준)는 김 전 수사관이 지난해 12월∼올해 2월 폭로한 내용을 분류해 범죄 성립 여부를 건별로 검토했다. 김 전 수사관이 폭로한 총 16개 내용 중 5개는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하고, 나머지 11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기소 대상이 된 5개 항목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위 첩보, 특감반 첩보보고서 목록,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 KT&G 동향 보고 유출 관련 감찰자료 등이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관천 전 경정의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 1, 2심 판례를 주로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사건은 하급심에서 “문건 공개로 국정 운영에 부담이 생기는 등 국가 기능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박 전 경정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은 우선 공무원이 비밀을 누설함으로써 국가 기능에 위협이 생겨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폭로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는지, 비밀 보호의 가치가 있는지 등에 해당하는지도 점검했다.

우 대사 비위 첩보는 언론 등을 통해 전혀 알려지지 않아 비밀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또 우 대사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까지 폭로되면서 증거 인멸 우려가 높아져 검찰 수사 기능이 침해됐다고 봤다. 공항철도 첩보와 KT&G 동향 보고 등도 유출됨으로써 특감반의 감찰 기능이 침해됐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그 외 나머지 11개 내용에 대해 검찰은 “이미 공지된 사실이거나, 실질적으로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없어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와 기획재정부의 감찰은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했고, 환경부 산하기관 블랙리스트 작성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 청와대 무혐의 처분에 김 전 수사관 반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4명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민간인 사찰 의혹의 실체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특히 “청와대 특감반이 비위 첩보를 묵살했다”는 김 전 수사관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수사 의뢰 결정은 대통령비서실 직제 규정상 재량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것이 직권남용죄라는 김 전 수사관 주장에 대해 “김 전 수사관이 상부의 지시 없이 민간인을 사찰했으며, 첩보 내용도 풍문에 불과해 특정인을 사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25일 이 전 특감반장이 텔레그램을 통해 ‘드루킹 USB’ 내용을 확보하도록 지시했다는 김 전 수사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해 12월 청와대가 김 전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하자 임 전 실장 등을 맞고발한 김 전 수사관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 전 수사관은 입장문을 내 “청와대 비위를 제보하려면 해임과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법의날인 25일, 법치는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보위가 애달플 지경”이라며 “이번 수사 결과는 엄청난 빙산의 본체를 두고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일각만 쳐낸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동혁·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