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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배기가스로 ‘잉크’를 만드는 인도 스타트업

입력 | 2019-04-23 14:25:00

[지구의 심장]




《동아일보를 포함한 세계 18개 언론은 이달 28일까지 쓰레기, 공해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조명하는 ‘지구의 심장(Earth Beats)’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는 세계 50여 개 언론사가 사회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보도하는 ‘임팩트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오염(Pollution)’과 ‘잉크(Ink)’에서 글자를 딴 ‘포잉크(POink)는 디젤 발전기에서 나온 오염 입자를 모아 만든 것이다. 사진 차크르 팀 제공


2016년 평범한 인도 델리 공과대학교(ITT Delhi) 마지막 학기 공대생들이 취업 실습수업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무렵, 쿠샤그라 스리바스타바(24)는 그 경주에 참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최고경영자(CEO)로서 그는 그 해 6월에 세운 스타트업을 어떻게 하면 확장할지 골몰했다.

섬유공학도였던 스리바스타바와 동료들은 대학 동기, 가족, 친구들로부터 돈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기계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개발하려는 것은 디젤 발전기 배기가스에서 미립자 물질(오염 물질)을 잡아내 정화시키는 기계였다. 이렇게 포집한 미립자 물질은 페인트나 프린터에 사용하는 잉크로 만들 수 있다. 디젤 발전기를 위한 일종의 개량 배출 제어장치인 이 기계를 ‘차크르 쉴드’라고 이름 붙였다.

차크르 쉴드는 이제 갓 3년차가 된 스타트업 ‘차크르 이노베이션’의 주력 상품이다. 차크르 이노베이션은 스리바스타바와 그의 ITT 2년 선배인 기계공학도 아르핏 두파르(Arpit Dhupar), 화학공학도인 프라틱 사찬(Preateek Sachan)이 함께 설립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차크르 쉴드를 업계에 70개 설치했으며 대기중에 오염된 채 방출될 뻔한 배기가스 약 50조 리터를 정화했다고 한다.

스리바스타바와 두파르는 델리에서 공부하던 학생 시절의 경험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두파르는 차크르 이노베이션 홍보 영상에서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공기가 나빠 야외 놀이를 잘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연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대기 오염이 심각한 도시 20개 중에 14개가 인도에 있다. 델리는 그 중 1위를 차지했다.

차크르 쉴드는 디젤 발전기의 배기가스 파이프에 장착한다. 엔진 배기가스의 미립자 물질 70~90%를 포집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유럽 디젤 차량에 장착돼 있는 디젤 미립자 필터(DPM)로부터 영감을 얻었지만 발상을 전환한 장치라고 스리바스타바는 설명했다.

차크르 직원들이 ‘포잉크(POink)’를 이용해 외벽에 ‘숨쉬자(Breathe)’는 글씨를 쓰고 있다. 사진 차크르 팀 제공

일반적인 디젤 미립자 필터는 엔진 배기관에서 방출되는 초미세 디젤 미립자를 포집해 걸러내는 ‘체’같은 역할을 한다. 엔진의 열이 이 초미세 미립자를 태워서 일산화물이나 이산화탄소로 만든다. 스리바스타바는 “인체에 유해한 초미세 미립자를 덜 유해한 가스 형태로 배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디젤 미립자 필터는 한 형태의 탄소를 다른 형태의 탄소로 변환할 뿐이며, 엔진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연료 사용량도 그만큼 늘어난다.

챠크르 쉴드는 이러한 ‘체’ 형식을 버리고, 엔진 배기가스를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작은 미립자들이 빠르게 냉각되면 응고된 뒤 부피가 늘어난다. 부피가 늘어난 미립자는 포집하기 훨씬 쉬워진다. 이렇게 커진 입자들은 높낮이가 다른 구불구불한 그물망을 지나며 흡입된다. 특별한 용액을 포집된 액체 추출물로 흘려보내면 잉크가 된다. 이렇게 엔진에서 유해 입자들이 제거되면 비교적 깨끗한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된다.

스리바스타바는 차크라 이노베이션이 2년 안에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미 두 번째 투자 펀딩까지 받은 상태다. 회사의 주요 목표는 검은색 잉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스리바스타바는 “다양한 프린터 응용 제품들과 인쇄 산업 전반이 (차크르 쉴드를) 엄청난 사업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 전문지인 잉크월드 매거진에 따르면 현재 2억 3200만 톤, 8억 3000만 달러(한화 약 9400억 원) 규모인 인도 잉크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8% 이상 성장하고 있다. 스리바스타바는 “우리는 델(DELL)사에 잉크를 공급하고 있고 그들이 원하는 잉크양은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양의 100배가 넘는다. 중국 사업부에서도 우리 잉크를 사용하고 싶다고 한다”고 전했다.

디젤 배출가스에서 잉크를 만드는 것이 차크르 이노베이션의 독점 기술은 아니다. 인도 카르나타카주의 벵갈루루 지역에 있는 그래비키라는 기업 역시 자동차에 부착된 디젤 미립자 필터를 이용해 잉크를 추출해낸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스리바스타바는 “자동차는 곧 구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후엔 전기차 시장이 더 커질 것이고, 디젤차를 위한 시장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전기화 되지 않을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ONGC(인도의 석유·천연가스 회사)와 협업해서 공업용 굴뚝에서 그을음(응고된 미립자)을 추출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크르 이노베이션은 제품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방법도 찾고 있다. 표면적이 넓어 오염물질을 더 잘 흡수하는 ‘활성 탄소’도 그 중 하나다. 이런 탄소는 물 필터나 유사한 다른 응용 제품에 상용할 수 있다고 스리바스타바는 설명했다.

제이콥 코쉬(Jacob Koshy) 인도 더 힌두(The Hindu) 기자
번역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