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 -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대담
오거돈 부산시장(왼쪽)과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16일 부산시청 접견실에서 대담하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오거돈 부산시장과 송재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16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시장접견실에서 만나 국가균형발전의 과제와 방법, 주요 사업의 추진 방향에 대해 환담했다.》
―수도권의 성장 기반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
▽송재호 위원장=우리나라 수도권 집중도는 50%에 육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 도쿄(東京)도 28%밖에 안 된다. 성공적인 균형발전정책을 펴는 프랑스 파리는 18%다. 서울에 가해진 압력을 빼기 위해서는 다른 극(極)이 있어야 한다. 도쿄 하면 오사카(大阪), 베이징(北京) 하면 상하이(上海), 베를린 하면 프랑크푸르트같이 말이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부산을 축으로 한 동남경제권이 아닐까 싶다. 동남경제권을 키우면 일극체제는 해소된다. 국가 정책이 이에 집중돼야 한다.
―부산 울산 경남 발전은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가.
▽오 시장=중부권 경제가 뜨면서 서해안이 발전축으로 바뀌었다. 세종시가 상징적이다. 세종시를 만들 때는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수도권 외연을 확장시킨 꼴이 됐다. 남해안권이 20∼30년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이라면 부산은 동북아 해양수도를 발전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부산 슬로건이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인 까닭이다. 과거에는 부산 울산 경남 지역 간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3개 시도가 공동 발전을 목표로 협력하고 있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광역교통망, 광역관광망, 광역경제협력, 물 문제, 동남권 관문공항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의미가 크다.
▽송 위원장=동남권과 호남권은 정부 지원이나 기업 투자 등이 부족해 수도권 대응축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동남권 호남권의 삼각편대가 형성되고 연결망을 갖춘 충청권이 가운데 있게 되면 국가 경영 기반을 갖추게 된다. 각 권역에 수도(首都)의 개념을 부여해야 한다. 부산은 해양수도, 호남권은 또 다른 수도로 각 지역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해양수도는 항공과 철도, 육로가 연결돼야 물류 시스템이 완비되고 생태적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 기반들을 부산 스스로 만들 수 있게 정부가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현 정부 권역별 균형발전정책이 분권을 기반으로 하는 이유다.
―정부는 경제성보다는 정책성에 비중을 두고 예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바람직한 활용 방향은 무엇인가.
▽송 위원장=경제성 분석이라면 장사가 되느냐, 안 되느냐의 관점인데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장사가 되지 않는 것은 뻔하지 않나. 서울을 제외하고 장사 되는 곳이 사실상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타로 재정사업을 할 수는 없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은 적재적소에 투입돼야 한다. 재정은 낭비돼서는 안 되고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예타를 실시하는 OECD 국가는 없다. 근본적으로는 없어져야 할 제도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동남권 관문공항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송 위원장=매우 민감한 문제다. 원론적으로 말하겠다. 기본적으로 물류 흐름에서는 세 가지를 잘 갖춰야 한다. 첫째, 배가 잘 다녀야 하고, 둘째, 비행기가 잘 다녀야 한다. 마지막으로 철도와 도로가 잘 갖춰져야 한다. 도로가 병목 현상을 일으키면 다른 것이 잘돼도 물류 시스템이 막혀버린다. 철도도 마찬가지다. 이런 조건이 분산돼 있어서는 안 된다. 여수에 큰 항만을 만들고 부산에 큰 공항을 만들어서는 서로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없다. 하나의 단지, 하나의 개념 안에서 연결돼야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바로 배에 싣고, 배에서 내려 바로 비행기에 싣고, 바로 열차에 실을 수 있는 3각 시스템이 집적돼야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다.
▽오 시장=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세계 5위권 컨테이너 처리 항만을 가지고 있고 철도의 기종점(起終點)이기도 하다. 여기에 공항 기능이 합해지면 가장 효율적인 물류센터가 될 수 있다. 동남권 관문공항은 그래서 필요하다. 약 20년 전부터 검토했던 문제다. 제일 먼저 김해공항을 확장해 관문공항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를 국토교통부와 부산이 다섯 차례 국제적인 전문기관에 의뢰해 검토했으나 모두 불가능하다는 답이 나왔다. 그럼에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해공항 확장안을 제시했고 대구경북 쪽에는 통합공항을 만들어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게 문제가 돼 지금까지 온 것이다. 김해공항을 확장해도 관문공항 기능을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곧 발표할 것이다. 첫째로 소음 피해다. 소음 영역이 기존보다 9배가량 더 늘어난다. 안전도 문제다. 인근 산 5개를 깎아야 한다. 활주로를 하나 더 깔려면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평강천을 매립해야 하는 환경 문제도 발생한다. 군사공항인 김해공항은 민간공항 기능에 한계가 있고 더 이상 확장할 수 없다는 근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20년 전에 내린 결론인 가덕신공항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근본 바람이다. 지금은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부산은 대구경북 지역에 통합공항을 만드는 것을 지지한다.
▽오 시장=신남방·신북방 정책에 큰 관심이 있다. 신남방정책과 관련해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11월에 부산에서 열리는 것으로 결정됐다.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회담 때 의결했던 아세안문화원이 부산에 세워졌기 때문에 두 번째 특별정상회의는 더욱 의미가 있다. 아세안문화원 인근에 1만 m² 터에 아세안콘텐츠빌리지를 구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부산이 한-아세안의 허브도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북방정책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인 브리지’가 교량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9개 핵심 산업을 뜻하는 나인 브리지 가운데 철도 항만 북극항로 수산 등 6개가 부산의 주력산업이다. 그래서 북방정책과의 연결고리도 매우 튼튼하다.
▽송 위원장=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부산 개최 결정은 신남방정책에서 부산의 역할과 중요성이 평가받은 것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신북방정책과 관련해서는 철도로 유라시아까지 가려면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에 닿게 되는데 그 출발점이 부산이다. 부산의 가치와 중요성이 미래 그림을 그리는 데도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정리=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