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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피해 101세 할아버지 “日, 개돼지처럼 대우”

입력 | 2019-04-05 03:00:00

31명, 전범기업 상대 추가 손배소




“같은 인간으로서 왜 그들 앞에 끌려가 개나 돼지 대우도 못 받는 인간으로 살아야 했나.”

101세의 김한수 할아버지는 4일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밝혔다. 김 씨는 의자에 앉은 채 “지금도 강제징용 시절을 생각하면 속에서 왈칵하고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1944년 황해도 연백군 전매지국에서 일했다. 그해 어느 여름날 목재를 옮겨야 한다는 말에 회사 트럭에 올라탔다가 그 길로 일본 나가사키 미쓰비시 조선소에 끌려갔다. 집에는 연락조차 하지 못했다.

1년 넘게 일본인들이 흰 쌀밥을 먹을 때 기름을 짜낸 찌꺼기를 받아먹으며 일했다. 그마저 배불리 먹을 수 없었다. 1945년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피폭됐지만 목숨만은 건졌고, 동료들과 작은 나무배를 구해 타고 탈출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일본 정부와 국민이 이제라도 ‘우리가 좀 너무했었구나’ 반성하고 인정(人情)을 베풀어주면 이웃 간에 다정한 친구의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를 포함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4일 서울중앙지법에 추가로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신일철주금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김 씨 등 생존 피해자 4명, 숨진 피해자 6명의 유족 27명 등 모두 31명이다. 피해자 1인당 최대 1억 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송 대상은 신일철주금과 후지코시·미쓰비시중공업, 일본코크스공업주식회사다. 일본 최대 탄광인 미이케탄광을 운영하며 강제징용을 한 코크스공업은 이번 소송을 통해 처음으로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 포함됐다.

김 씨 등을 대리하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이후 추가 소송을 준비해 왔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