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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에 석유 넘긴 韓선박, 엄정 처리해 ‘제재 구멍’ 오명 벗어야

입력 | 2019-04-04 00:00:00


한국 국적의 유조선이 석유 제품을 공해상에서 옮겨 실어 북한에 공급한 혐의로 6개월째 부산항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유조선은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4300t의 정제유를 북한에 넘겼다고 한다. 한국 선박이 불법 환적 혐의로 적발돼 조사받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러시아 선박은 포항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대북제재 위반 의혹에 한국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면서 우리 정부의 제재 이행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미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이 확인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연례보고서에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불법 환적 의심 선박 명단에 한국 선박의 이름이 올라가기도 했다. 이번에 억류돼 조사받고 있는 유조선도 미국의 첩보로 조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미국은 2·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제재 단속을 강화하며 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제재야말로 북한의 비핵화를 강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제재 해제에 결사적으로 매달린 것도 그만큼 북한 정권이 제재로 고통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일에도 “대북제재가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에서 제재 위반이 적발된 만큼 한국의 이행 의지는 다시 의심받게 됐다. 우리 정부는 “전 세계에서 대북제재 위반 혐의 선박을 억류해 조사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라며 가장 충실한 이행 국가라고 강조하지만, 우리 선박회사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충실히 계도하고 철저히 감시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선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발언권도 가질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멈춰 선 북-미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한다. 하지만 집안 단속도 제대로 못 하는 한국의 대통령을 트럼프 행정부는 어떻게 보겠는가. 더욱이 중재 역할을 한다면서 북한만 거드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는 처지 아닌가. 제재 위반 선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처리를 통해 ‘제재의 구멍’이라는 오명을 벗고 북한에도 비핵화 없이 우회로는 있을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