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令)'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 많아 일본 중심 국수주의 강화 의도 의혹도
“새 연호는 레이와(令和) 입니다.”
1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오는 5월1일 즉위하는 나루히토(德仁·59) 일왕 체제하에서 사용될 새 연호로 ‘레이와’가 선정됐다고 발표하자 일본열도가 들썩였다.
일본은 서력(西曆)과 함께 연호를 쓰는 세계 유일의 국가로, 관공서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연호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이날 일본 정부의 새 연호 발표에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스가 장관이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붓글씨로 ‘레이와’라고 적힌 액자를 들어보이며 연호를 발표하는 장면이 방송되는 전광판의 모습을 촬영했다.
도쿄 유라쿠초에 있는 대형 전자제품 양판점인 빅카메라에는 약 30대의 대형TV 앞에서는 이날 100여명의 시민들도 꼼짝않고 연호 발표 장면을 지켜보기도 했다.
도쿄 하치오지(八王子)시에 거주하는 대학교 2학년 학생인 A씨는 새 연호 발표 순간을 친구들과 함께 맞이하기 위해 고등학교 동창들과 이날 오전 10시 반께부터 전광판 앞에서 대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새 연호 레이와에 대해 “앞으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및 오사카 만국박람회가 열릴 예정으로, 세계와 ‘와(和·조화라는 뜻)’를 중시하는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현재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연호인 헤이세이(平成)는 ‘평화를 이루다’라는 이해하기 쉬운 한자인데 반해, 레이와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도쿄에 거주하는 24세 회사원 C씨는 “‘레이(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와(和)는 일본이 하나로 뭉친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요코하마(?浜)시에 거주하는 81세 D씨는 “연호에 와(和)라는 글자가 들어있어서 다행이다”며 “이지메(괴롭힘)와 재해가 없는 밝은 시대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레이와는 한자 ’하여금 령(令)‘과 ’화할 화(和)‘로 이뤄졌는데, 일본 전통요리인 ’와쇼쿠‘(和食), 일본 전통 의상인 ’와후쿠‘(和服) 등으로 잘 알려진 ’와(和)‘자는 ’일본 그 자체‘ 또는 ’조화를 이루다‘라는 뜻으로 일본 국민에게 친숙하지만, 앞 글자인 레이(令)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일본 연호가 처음으로 자국 고전에서 나왔다는 점과 일본을 뜻하는 와(和)라는 글자가 들어있는데 대해 일각에서는 일본 중심의 국수주의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아베 정부의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일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