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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징용’ 전범기업 재산 속속 압류…매각 절차 언제쯤

입력 | 2019-03-27 07:15:00

전국 법원서 日기업 자산 집행 절차 진행
신일철주금 대상 재산명시 신청 등 조치
후지코시·미쓰비시중공업 소유 주식 압류
현금화 절차는 아직…곧 조치 나설 가능성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한 법원 판단을 기초로 재산명시 신청과 자산 압류 등 집행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현금화를 통한 구제가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일철주금, 후지코시,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제 강제노역 유관 기업들에 대한 집행 절차 또는 이에 대한 신청이 서울, 대전, 울산, 포항 등 전국 각지 법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먼저 신일철주금에 대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재산명시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산명시절차는 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 신청을 받아 재산 내역을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까지 이 신청에 대한 재산명시기일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재산명시기일에 신일철주금 측이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가 이뤄질 수 있고, 거짓 재산목록을 제출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는 신일철주금 소유 피엔알 주식에 대해 1월3일 8만1075주, 지난 14·18일 11만3719주에 대한 압류 결정이 이뤄졌다. 채권액 4053만7270원, 5억6862만449원에 해당한다. 피엔알은 포스코와 신일철주금의 합작회사다.

후지코시에 대해서는 지난 15일 울산지법에서 3건의 결정으로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6500주에 대한 압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1심 가집행 선고에 기초한 조치로 채권액 7억6500만원에 해당한다. 대성나찌유압공업은 대성산업과 후지코시의 합작회사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최근 대전지법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의 상표권 2건, 특허권 6건에 대한 압류 결정을 했다. 채권액 8억400만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 사건 일부 압류 신청은 서울중앙지법에 이뤄졌으나 대전지법으로 옮겨져 결정이 났다.

강제노역 피해자 측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자산 관련 서류를 번역하는 등 집행을 위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재산조회, 다른 자산에 대한 압류 신청 등 추가적인 집행 절차에 나서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압류 자산 매각 등 현금화 절차 실행에 이른 경우는 없다. 일본 기업의 자발적인 채무 이행 및 관련 협의에 대한 기대, 자산에 대한 강제 집행이 불러올 수 있는 정치적 여파에 대한 고려 등이 배경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일본 측에서는 강제노역과 관련한 한국 법원의 판결, 압류 결정 등에 대해 “일본 기업에 피해가 나오면 대항조치를 취할 방침”, “압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심각하다”는 등 민감한 반응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조만간 피해자 측에서 현금화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피해자와 대리인들 사이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대응, 양국 정부의 논의 상황 등 주변 정황을 토대로 압류 자산 매각 등 후속 절차를 실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자 대리인 측은 “압류 자산에 대한 매각명령신청을 더 이상 늦추는 것이 의미가 있겠느냐고 보는 견해들이 있는 상황”이라며 “별도로 판결에 응하지 않고 대항조치를 하라는 일본 측의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국제사회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