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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생존 22명 유공자 신청… 6명만 인정

입력 | 2019-03-26 03:00:00

“외상후 장애에도 인정 못받아” 13명 탈락… 3명은 의결절차 진행




오늘 천안함 9주년 천안함 폭침 9주년을 하루 앞둔 25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은 청주대 군사학과 신입생들이 헌화하고 참배한 뒤 용사들 묘비를 닦고 있다. 뉴스1

“9년 전 그 순간이 아직도 어제같이 생생합니다.”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갑판병으로 복무했던 A 씨(32)는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당시 침대에 누워 있었던 A 씨는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 A 씨가 정신을 차렸을 때 천안함은 거꾸로 뒤집혀 있었다. A 씨는 계단과 파이프 등을 잡고 가까스로 탈출했다. 동고동락했던 대원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날 사건에서 A 씨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사고 직후부터 불면증, 우울증, 이명현상 등에 시달렸다.

A 씨는 그해 12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아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반려됐다. PTSD로 국가유공자에 지정되려면 자력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거나, 노무(勞務)에 제한이 있는 등 증상이 심각해야 하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하사였던 김모 씨(30)도 비슷한 처지다. PTSD 및 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2017년 8월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1년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국가유공자 신청 당시 보훈처에서는 길어야 6개월이면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는데 1년 반이 지났다”고 토로했다.

26일로 천안함 폭침 9주년이 됐지만 PTSD 등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장병들 상당수가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훈처가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지정을 신청한 천안함 사건 생존자 22명 중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사례는 6건에 불과했다. 13명은 등급기준 미달 등의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고, 3명은 국가유공자 의결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PTSD는 개별 병원의 진단도 중요하지만 보훈심사위원회의 전문위원 중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이 크게 반영된다”며 “신청자의 병원기록과 신체검사를 기반으로 최종 판단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병원 진단만으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박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