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연평도에 머물며 해양문화를 조사하던 필자는 출근하듯 매일 어촌계 사무실을 방문했다. 어촌계는 해양 관련 종사자들의 사랑방이었다. 대민 업무를 맡은 해병대 상사, 해양경찰, 항만청 직원, 수협 직원, 어촌계원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 처음에는 이들에게 해양 관련 정보를 눈치 봐가며 조심스레 물어보곤 했다. 5∼6개월 후에는 위치가 바뀌어 필자가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줬다. 그럴 수밖에…. 매일같이 연평도의 갯벌, 항구, 무인도를 누비며 기록한 노트가 쌓여가는 만큼 연평도 해양문화를 보는 눈이 트인 것이다.
그렇게 10개월간 어민들의 삶을 꼼꼼히 기록한 필자도 알아내지 못한 한 가지가 있었다. 꽃게의 섬으로 불리는 연평도이지만 정작 꽃게 어획량을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수협에서 위판 실적을 미디어에 대대적으로 발표한다. 꽃게 어획량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되는 수치는 실제 잡히는 양과는 거리가 멀다.
잡히는 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느 어촌의 어로행위가 그러하듯 선장은 수산업법의 경계선상에서 줄타기를 하기에 조사자와 거리를 두었다. 생업 현장과 법의 괴리에 의한 현행법과 관행의 충돌, 그에 따른 법망 피하기 등이 상존하고 있다. 연평도에 거주하며 해양문화를 조사하는 과정은 보려는 자와 보여주지 않으려는 쪽 간의 숨바꼭질이었다.
이렇듯 작은 섬에서 꽃게잡이로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낙수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선원들은 육지 사람으로, 꽃게잡이철이 끝나면 모두 돌아간다. 선주 20여 명 외에 꽃게 어획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연평도 주민은 많지 않다. 주민들은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는 작업을 하여 일당을 버는 정도다. 이마저도 요즘은 중국에서 인력을 데려오는 추세다. 연평도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것은 꽃게가 아니라 갯벌 채취다. 갯벌에서 찬거리를 마련하고, 겨울에는 굴과 김, 봄부터는 바지락, 낙지, 돌게, 망둥이를 잡아서 살림살이에 보탠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어촌계원 300여 명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곳이 갯벌이다. 갯벌은 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지금쯤 연평도의 공터마다 선원들이 그물 손질을 하며 꽃게잡이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고, 주민들은 갯벌에서 낙지, 바지락, 망둥이를 잡고 있을 터이다. 서로에게 무심한 채….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