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 통합 초대 행장 3년7개월 마무리…지주 부회장은 계속 “이젠 물러날 때”…재판 변수 속 차기 구도 관심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21일 서울 하나금융지주 을지로 신사옥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마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2019.3.21/뉴스1 © News1
함 행장은 이날 을지로 신사옥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공자의 진퇴현은(進退見隱·나이가 들어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안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그간 너무 앞만 보고 거침없이 달려오다 보니 잠시 쉬어가야겠다”는 퇴임 소회를 밝혔다. 함 행장은 우황청심환을 먹고 연단에 오르고, 수차례 물을 들이켤 정도로 이날 내내 긴장해 있었다.
함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후 교차발령, 전산통합, 노조·인사통합으로 이어진 통합 역사를 일일이 언급하면서 “제 인생에서 가장 보람있었던 소임이었다. 고난 속에서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파고를 이겨내서 아무도 이렇게 빨리 이룰거라 예상하지 못한 통합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광고 로드중
하나은행에 따르면 함 행장은 후배인 지 행장과 최근 수시로 만나 ‘행장 수업’을 하며 여러 경영 노하우를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 행장은 통합 은행 2기를 이끌 지 행장에게 물리적 통합을 넘어선 화학적 통합, 글로벌 시장 개척, 세심한 리더십 등을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지 신임 행장도 이날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함 전 행장께서 초대 행장으로서 많은 터전을 닦아주신 만큼, 제가 이어받아서 외형상 통합을 넘어선 진정한 정서적 통합을 빠른 시간 내에 이루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이·취임식에 손을 나란히 잡고 입장하고, 지 행장이 함 전 행장을 배웅하는 등 ‘아름다운 세대교체’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은행 직원들은 떠나는 함 행장에게 헌정 영상·공연, 순금 감사패, 만년필 등을 선물했다. 직원들이 준 선물 중 핀란드행 비행기 티켓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함 행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20살에 입행해 지금까지 38년 간 단 한번도 가족과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어서 직원들이 강제로 휴가를 보내주는 것이라고 한다.
지성규 신임 KEB하나은행장(왼쪽)이 21일 서울 하나금융지주 을지로 신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함영주 전 행장으로부터 행기를 전달받고 있다. 2019.3.21/뉴스1 © News1
광고 로드중
함 행장은 앞으로 행보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날 이임식에서 스스로 ‘쉬고 싶다’고 강조할 정도로 최근 심신이 많이 지쳐 있다고 알려진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재판을 마무리하는 정중동 행보를 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