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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라토너’ 오주한, 도쿄올림픽 출전 길 열렸다

입력 | 2019-03-20 03:00:00

귀화 3년 지나야 대표 가능했으나 “2015년부터 청양군청 소속 출전”
자격 재심사 요청해 IAAF서 수용… 기준기록 통과도 사실상 시간문제




‘오직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이름의 오주한(吳走韓·31·청양군청·사진)이 내년 도쿄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할 길이 열렸다. 깊은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남자 마라톤이 ‘검은 황영조’를 앞세워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일이 꿈만은 아니다.

대한육상연맹은 19일 “최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오주한이 3월 7일부터 한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IAAF 홈페이지의 선수 소개 페이지에도 이 내용이 명시돼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주한이 도쿄 올림픽에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국적을 바꾼 선수가 국가대표로 나가려면 귀화 승인 뒤 3년이 지나야 한다”는 IAAF의 규정 때문이었다. 원래는 ‘특정 국가의 대표선수 경력이 없으면 귀화 1년 뒤 새로운 국가의 대표선수가 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었지만 IAAF는 지난해 7월 이를 삭제했다. 돈을 주고 선수를 귀화시키는 사례가 급증하는 데 따른 강경 대응책이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오주한은 2021년 8월 이후에야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육상연맹과 오주한의 대리인인 오창석 백석대 교수가 “오주한은 2015년부터 청양군청 소속으로 뛰어 왔고, 2012년부터 자발적으로 귀화를 추진해 왔다”는 점을 내세워 IAAF에 자격 재심사를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IAAF가 오주한과 한국의 오래되고 깊은 인연을 인정했고, 이에 따라 오주한이 곧바로 한국을 대표해 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한육상연맹은 지난해 12월 담당자를 IAAF에 보내 관련 규정을 세밀하게 확인한 뒤 오주한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절차를 밟아 왔고, 올해 2월 12일 공식 신청을 마쳤다. 그에 대한 답변이 지난 주말에 온 것이다.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4차례, 경주국제마라톤에서 3차례 정상에 오른 오주한은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 우승 직후부터 “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고, 2016년부터 귀화 신청을 해 오다 지난해 7월 법무부 특별귀화 국적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물론 오주한이 올림픽에 나가려면 기준기록 2시간11분30초부터 통과해야 한다. 개인 최고기록이 2시간5분13초인 오주한이 이를 충족시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남자 마라톤의 한국 기록은 2000년 이봉주가 세운 2시간7분20초다. 2011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정진혁(한국전력)이 2시간9분28초를 기록한 뒤로는 2시간11분대 기록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오창석 교수는 “현재 케냐에서 거주하고 있는 오주한과 그의 가족까지 한국으로 데려올 계획이다. 가을에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기준기록을 통과한 뒤부터는 도쿄 올림픽 메달만을 목표로 훈련할 것이다. 우승은 몰라도 메달은 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