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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결렬 후 제 갈길 가는 조짐…韓 촉진자 역할 난처

입력 | 2019-03-19 14:23:00

폼페이오, ‘선비핵화 후보상’ 입장 재강조…트럼프, 침묵
北, 자력갱생·중 및 러와 접촉 확대…속단 이르다는 주장도



© News1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에도 북미가 대화의 끈은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협상 재개보다는 파국을 막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북미 협상의 지연이 장기화되면 양측 모두 판은 깨지않지만 서로에 대한 기대도 내려놓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재 역할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우리 정부는 난처한 입장에 놓일 수 있어 우려된다.

하노이 회담 후부터 연일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빅딜’을 강조한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캔자스 지역 방송에 북한의 ‘검증된 비핵화’가 선행돼야만 미국이 북한에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며 이른바 ‘선 비핵화, 후 보상’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북한과의 협상 국면을 이끌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약 핵·미사일 실험을 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말한 이후 북한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아 다양한 관측을 낳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지난 17일 보도는 주목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백악관 당국자가 지난주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WP에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북미 협상과 관련해 함구하고 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 주재 외교관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이어갈지, 미사일 발사 중단을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4일 “자력갱생”을 주장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자력으로 보란듯이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우리 인민의 힘을 그 무엇으로써도 억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추후 행보에 대한 숙고를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 속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교류는 지속하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8일 국회 외통위 업무현황 보고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강조하면서 중국·러시아와 접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미국에 대한 기대를 접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자발적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서 중국,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해 자력갱생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19일 “미국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고 파국을 막기 위한 기존 프레임을 유지하는 것 같다”며 “기싸움을 하고 이러는 것이 판을 깨지 않으려는 것이지 원하는 것을 얻겠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기대를 반은 접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북미 모두 협상의 판을 깨긴 쉽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발전 성과를 주민들에게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을 하게 되면 추가 제재를 받아야 한다. 대북 협상을 시작했고 협상 성공을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양측 모두에서 협상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의지를 꺾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진단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은 지금까지 북미협상 방식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해 판을 새로 짜서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고, 북한은 그렇게 못하겠다며 버티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양쪽이 재포지셔닝을 확인하는 것인데, 이건 회담을 할 자세가 돼 있다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양쪽 다 그 상황에서 불리하다고 보면 (협상은) 못 가는 것이다. 두 의미를 다 가지고 있는 것이지, 이것이 현상유지로 가는 것이라고 현재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협상 지연이 장기화돼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협력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미국은 국내 정치 변수로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면 협상 중재자로서 또 경협에 공을 들여온 한국의 입장은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외교 소식틍은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되도록 해야 하는데 앞으로 한두 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