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법관들이 줄줄이 기소된 사법농단 사건 변호인 중에 대형 로펌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수임료가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대형 로펌은 시간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타임 차지’를 하는데 법원장·검사장 출신은 시간당 80만∼100만 원, 부장판사·부장검사급은 50만∼70만 원 선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처럼 기록만 20만 쪽에 달하고 공소사실이 복잡하면 최소 5∼8명의 변호사로 팀을 꾸려야 하는데 그 비용만 수십억 원대다. 그래서 기소된 법관들은 수임료가 싼 실무형 변호인을 선임하고 변론 준비를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해도 변호사비가 수억 원씩 필요해 집을 처분하기도 한다.
▷수임료를 마련해도 검찰과 맞서기는 쉽지 않다. 무죄를 받으려면 검찰 논리를 깰 새 증거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수십 명의 검사가 달라붙는 대형 정치 사건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도 수사기록에 짓눌려 검찰 공격을 방어만 하다 재판이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변호사는 “기록 중 상당 부분은 ‘피고인은 나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간접증거지만 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어 품이 많이 든다”고 했다.
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