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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자면서 듣는 음악… 잘 것인가, 들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입력 | 2019-03-13 03:00:00



2019년 3월 12일 화요일 흐림. 딥 슬립.
#309 Max Richter ‘Dream 3’(2015년)

잠이란 얼마나 무서운가. 그는 그 어떤 진취적 열정도, 맹렬한 욕망도 끝내 일자로 납작하게 때려눕힌다. 하루의 막다른 끝에서 기다리는 가장 달콤하고 무자비한 폭군.

잠에 관한 지독한 앨범이 있다. 독일 음악가 막스 리히터의 ‘Sleep’(사진). 길이도 8시간 24분으로 수면시간에 맞췄다. 말 그대로 자면서 들으라는 것이다. 미국 신경과학자와 논의해 만들었다. 수면의 과학을 반영한 셈. 리히터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연 ‘Sleep’ 콘서트에 침대 수백 개를 깔았다. 관객은 객석에 앉는 대신 누워서 공연을 감상해야 했다. 콘서트는 한밤중에 시작해 일출 무렵 끝난다.

이 괴팍한 콘서트를 알게 된 것은 영화음악 전문가인 라디오 PD, D 덕이다. 오랜만에 근황을 물었더니 “주말에 1박 2일로 일본 도쿄에 공연을 보러 갈 것”이라고 했다. 리히터가 2004년 앨범 ‘The Blue Notebooks’의 전곡을 공연하는 콘서트. D 역시 언젠가는 ‘Sleep’ 콘서트도 한번 경험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집에서 나만의 ‘Sleep’ 콘서트를 열기로. 음원서비스에서 ‘Sleep’을 찾아 스피커에 연결했다. 어젯밤 일이다.

그러면 안 되는데 눕자마자 설렜다. ‘이러다 잠 안 오면 안 되는데…. 시체처럼 곯아떨어져야 음반의 취지에 맞는 것 아닌가? 아니지. 근데 잠들면 음악을 어떻게 들어?’ 잡생각에 정신마저 산란해졌다. 정말이지, 고약한 이율배반의 음반이다.

리히터의 음악은 느리고 슬펐다. 현악과 전자음은 애조 띤 선율을 길게 늘여 연주해 갔고 화성진행은 천체의 움직임처럼 천천히 순환했다. 마치 잠의 신비로운 숲속에 사는 거대한 정령이 긴 머리를 질질 끌며 슬피 우는 것 같았다. 그 장면을 슬로비디오로 보는 듯, 아니 듣는 듯했다.

결론은? 리히터의 수면 요법은 절반의 성공이다. 음악 들으랴, 자랴, 8시간 동안 무척이나 바빴다. 결국 음악은 끝났고 날은 밝았으며 무정한 알람 소리에 난 퀭한 눈으로 기상했다.

오후 현재, 무척이나 졸리다. 진짜 슬립은 지금부터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