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부담 눈덩이]
문재인 정부는 교육 부문 국정과제로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내걸었다. 세부적으로 대입전형 간소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혁신학교 확대 등을 중점 추진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만 크게 늘어났다.
○ 1인당 월 사교육비 역대 최고치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 참여율 역시 전년보다 1.7%포인트 상승한 72.8%였다. 사교육비 총액은 19조5000억 원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이날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가 전무했던 문재인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만들어낸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저소득층과 중소도시의 사교육비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소득 200만 원 미만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9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5.9% 올라 8개 소득수준 가구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중소도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 원으로 전년보다 10.4% 늘어 서울 증가 폭(5.2%)의 2배나 됐다.
사교육비 증가 폭이 큰 지역은 세종과 충북이었다. 특히 세종은 지난해 1504억 원으로 전년보다 29.1% 급증했다. 교육계에서는 “공무원들조차 정부의 교육정책을 신뢰하지 못해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 학교에서 공부 잘 안되니 학원으로
학생들은 또 수시에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30%의 좁은 문’으로 통하는 정시도 준비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발표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올해 고교 1∼3학년은 교육과정과 수능 체제가 모두 다른 유례없는 상황이다.
공교육이 미덥지 않고 혼란스러우니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과학 논술 음악 등 모든 영역에서 늘었다. 특히 국어 사교육비가 1인당 2만1000원으로 2017년보다 12.9% 올라 주요 과목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절대평가로 전환된 영어도 8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7.2% 증가했다. 메가스터디교육 관계자는 “내신이나 수능 모두 비교과 스펙도 준비해야 하니 관련되는 사교육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학부모들 “공교육 믿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해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후 영어’를 금지하고 혁신학교를 확대하는 것도 학부모가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원인으로 꼽힌다. 자녀가 초등 2학년인 학부모는 “학교에서 영어가 안 돼 학원에 보내기 시작하니 이것저것 다른 것도 같이 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혁신학교는 교과 진도를 잘 안 빼줘서 근처의 학원이 더 잘된다는 속설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급증을 막으려면 복잡한 대입제도부터 손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은 내신과 비교과가 들어가는 복잡한 전형”이라며 “특히 사교육 유발 요인이 큰 수상이력을 평가 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으로 학업을 경감하겠다는 정책도 지양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에서 기대하는 것은 우선 ‘학력 신장’이다. 학교에서 원하는 수준의 지식을 얻지 못하면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방과후 수업, 수준별 수업 등 공교육에서 다양한 수준의 학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