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안은 초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가요?”
사상 최악의 초미세먼지가 덮친 이번 주, 인터넷 카페 등에는 차량 내 공기질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정부는 초미세먼지가 심한 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우려해 오히려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차량 공기를 내부에서만 순환시켜야 할지, 아니면 외부 공기를 들어오도록 하는 게 나을지 헷갈린다. 동아일보는 차량 내 초미세먼지를 낮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직접 실험해 봤다.
○ “내기 순환은 위험”
실험 전 차량 창문을 모두 열어 외부와 차량 내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같게 했다. 이날 종로구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3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 ‘보통’ 수준이었다. 하지만 광화문 일대는 차량 통행이 많다 보니 초미세먼지 농도가 66∼92μg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측정기기는 한국환경공단 등 정부 기관에서 쓰는 미국 TSI사의 ‘더스트 트랙 8530’을 사용했다.
이번 주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정도로 둔감한 기자가 느끼기에도 차량 공기가 갑갑했다. 차량에서 외부 공기의 유입을 차단하면 탑승자가 1명일 땐 약 30분, 3명일 땐 약 10분 정도가 지나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위험 수준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태로 오랫동안 운전하면 졸음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바보야, 문제는 ‘필터’야”
차량 내 초미세먼지 측정 실험에 사용한 에어컨 필터 제품들. 필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떨어져 통상 반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하지만 필터를 교체하자 결과가 달라졌다. 필터는 소모품이라 통상 6개월마다 바꿔줘야 한다. 차량 제조사에서 만든 순정필터 1개와 시중에 판매되는 호환 제품 2개를 준비했다. 3개 필터 모두 순식간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좋음(m³당 15μg 이하)’으로 낮아졌다. 1∼2분가량 지나자 농도는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결국 차량 실내를 초미세먼지로부터 지키려면 차량 공기순환 방식을 외기 유입 모드로 유지하되 필터 수명이 다하기 전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해줘야 한다. 단 필터 선택 시 제품에 표시된 미세먼지 제거 효율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필터의 미세먼지 제거 효율 표시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95% 제거 효율’이라고 적혀 있어도 그 대상이 PM10(미세먼지)이냐, PM2.5(초미세먼지)냐에 따라 저감 효과가 천차만별이다. 더 작은 입자를 걸러낼수록 필터 효과가 우수하다는 뜻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