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로버트 마더웰 개인전 ‘비가’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마더웰이 생애 중후기인 1958년부터 1985년까지 그린 그림을 소개한다. 바라캇 컨템포러리 제공
‘스페인 공화국에의 비가 130번’(1974∼1975년).
추상표현주의 회화는 특정 형태를 표현하지 않는, 의미가 없는 그림으로 이해되곤 한다. 이는 미국의 유명 미술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미학에서 시작된 오해다. 당시 미국은 공산주의 진영과 대립하던 냉전 상황에서 추상화를 ‘자유’의 대표 이미지로 내세웠다. 그 가운데 폴록의 다양한 액션 페인팅 작품이 있다. 당시 공산주의 진영에서는 정치적 선전을 위한 리얼리즘 회화가 유행했다는 점이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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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공화국에의 비가 110번 C’(1968년).
제목에 ‘스페인’을 언급한 것은 피카소의 영향으로 보인다. 당시 피카소는 세계적 거장이었고, 스페인 내전을 비판한 ‘게르니카’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게르니카’는 독재로 박해받는 시민들을 돕기 위해 미국에서 순회 전시된 적도 있다. 정작 ‘비가’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스페인에 가본 적이 없던 마더웰은 그림을 그린 후 “나의 멕시코인 아내, 멕시코로의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언급했다. 스페인과 멕시코를 동일선상에 두고 이야기할 정도로 마더웰에게 스페인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간 뜸했던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의 전시를 통해 작품을 보고 당시 뉴욕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어 흥미롭다. 마더웰의 개인전이 국내에서 열리는 것도 처음이다. 5월 12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