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우려’ 없다 판단…김경수·안희정과 달라 대원칙은 무죄 추정·불구속 재판…“방어권 보장”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에서 구속되지 않은 피고인을 두고 ‘혐의가 무겁고 범죄가 소명됐는데 왜 불구속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구속할 사유가 없다면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올바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2019.2.21/뉴스1 © News1
일반적인 사건에선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될 경우 그 즉시 법정구속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법원은 전 전 수석과 김 전 장관의 경우 법에서 정한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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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형사 절차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구속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피고인은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는 게 우리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이다. 형사소송법은 ‘일정한 주거가 없을 경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을 경우’, ‘도망할 염려가 있을 경우’에 한해 구속한다고 명시한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2019.2.21/뉴스1 © News1
다만 일정한 주거가 없는 피고인은 드물기에, 현실적으로는 ‘증거인멸 우려’와 ‘도망의 염려’ 등 두 가지로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1심·2심에서 징역 20년이든 30년이든 대단히 무거운 형을 선고받는다고 해도, 원칙적으로는 이런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구속할 수 없다.
일반적인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는 건 피고인이 도주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에 잘 알려진 피고인의 경우에는 도망하더라도 누군가 알아 볼 가능성이 높아 이 사유로 구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죄를 다투는 유명 인사는 도망할 경우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에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결국 실형을 선고받은 전 전 수석과 김 전 장관의 운명은 ‘증거인멸’에 대한 판단에서 갈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해당 판결에 대해 “두 명 모두 ‘당장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으니 구속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 외에는 불구속으로 결정한 이유가 없어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 전 수석의 경우 재판부는 구속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1심의 결론에 대해 항소해 다퉈보려는 지점이 재판부 입장에서도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풀어주더라도 재판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끝까지 다툴 기회를 줘 보고, 만약 징역형이 확정되면 그때 가서 구속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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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들보다 더 낮은 형량을 받고도 이 대목에서 걸려 구속된 유명 인사도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증거인멸’ 우려로 법정구속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후 증거인멸과 범행의 중대성, 피해자에 대한 접근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범죄가 입증돼 실형을 선고받으면 구속할 수 있지만, 그것이 무죄 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대원칙을 뛰어넘을 순 없다”며 “국민의 법 감정도 중요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쪽이 국민 편익이 더 크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