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호 산업1부 기자
아마존은 2017년 9월 제2 본사를 짓기로 하고 13개월에 걸친 입지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유치전’에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238개 도시가 뛰어들었다.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는 85억 달러(약 9조5200억 원)의 통 큰 지원금을 제안하며 인센티브 경쟁에 불을 붙였다. 아마존은 마치 토너먼트 경기를 하듯 도시를 탈락시키며 20개의 후보지를 추려냈다. 지난해 11월 아마존의 최종 낙점을 받은 곳은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시티와 버지니아주 크리스털시티 두 곳. 경쟁 도시에 비해 비교적 ‘약소’한 25억 달러와 30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각각 제시했지만 아마존은 “경제적 인센티브보다 더 중요한 기준은 최고의 인재 확보 가능성”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16년 12월 20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는 넉 달 동안 미국 서부와 대만 난커공업단지 두 곳을 놓고 막판까지 고민했다. 미 서부에는 인텔 퀄컴 애플 등 주요 고객사가 밀집해있다. 결국 대만을 택한 건, 기존 생산설비와의 시너지와 함께 대만 정부의 끈질긴 설득이 주효했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대만 정부는 기업의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행정원장(국무총리)이 직접 챙기며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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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에는 대구·구미 지역 여야 의원들이 SK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를 불러 유치 가능성을 물었다고 한다. 자신들이 기업을 찾아 지역 입지의 이점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1위 반도체 산업을 대하는 한국의 실상이다.
황태호 산업1부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