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설을 하루 앞둔 4일 집무실에서 급성 심장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설 연휴기간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병원에서 숙식을 하며 과로를 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평소 윤 센터장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을 아는 가족들은 주말 내내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으레 응급상황이려니 했을 정도다.
긴 연휴는 전국 응급의료센터·기관과 권역외상센터를 총괄하는 국립중앙의료원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이 가장 바쁜 기간이다. 그는 2017년 10월 페이스북에 추석을 낀 황금연휴에 “연휴가 열흘! 응급의료는 그것만으로도 재난이다!”라고 썼다. 전국 각지에서 응급환자가 속출하지만 병·의원이 문을 닫아 응급실이 포화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설 연휴에도 그는 퇴근을 미루고 혼자 남아 있다가 생을 마감했다. 생과 사의 순간을 넘나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면서도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않았던 그의 희생에 고개가 숙여진다.
윤 센터장은 평소 “국가는 국민에게 ‘안심하고 의식을 잃을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 개원부터 합류해 2012년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됐고, 그동안 권역외상센터와 닥터헬기 도입,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구축 등에 앞장섰다. 결국 24시간 긴장을 늦출 수 없고, 근무여건도 열악해 스스로 ‘지옥’이라 일컬었던 응급의료 현장을 지키다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응급의료의 버팀목과 영웅을 잃었다. 어깻죽지가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했고, 빈소를 찾은 동료 의사는 “의료계 가장 험지에서 빛도 못 보고 일한 분이다. 죽어서야 존경을 받는다”고 비통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안하고 고맙다”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