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현대미술관(국현) 신임 관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역량평가를 두 차례 시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종 후보에 올랐던 1명이 첫 번째 평가를 통과했는데도 또 한번 치른 건 특정 후보 선임을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전 관장의 임기가 끝난 뒤 50여 일 동안 공석이던 국현 관장은 1월 31일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69)가 내정됐다. 하지만 같은 날 관장 선임을 위한 역량 평가가 지난해 12월 26일과 올해 1월 중순에 2번 실시된 사실이 밝혀졌다. 문체부와 미술계에 따르면 1월 평가는 첫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 두 후보에 대한 역량평가였다. 두 후보는 2번째 평가에서 기준 점수(5점 만점에 2.5점) 이상을 받아 통과했다.
미술계는 국현 관장 후보의 재 역량평가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당혹해하고 있다. 2015년 공모 때 재평가 없이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 내고 재공모를 실시한 적은 있으나, 역량평가 기준을 못 채운 후보들에게 또 한번 기회를 주진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해 인사혁신처에 최종 후보의 역량 평가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던 사실이 밝혀지며 한 차례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특정 후보를 밀어준다는 지적이 커지자 결국 문체부는 역량 평가를 시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며 “원하는 인물을 앉히고픈 심정은 이해하지만 과정부터 이렇게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