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유니콘 날개 없고 ‘뿌리’도 부실… 코리아 브랜드 흔들

입력 | 2019-01-30 03:00:00

글로벌 ‘브랜드 파워’ 평가 보니




매 연말연초면 미국과 영국의 내로라하는 브랜드 조사기관마다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 파워를 측정해 발표한다. 조사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년도의 매출 지표와 재무성과, 브랜드 인지도 및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내놓는 결과다. 국내 주요 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담당자들은 성적표를 받는 심정으로 이들 기관의 조사결과를 기다린다.

29일 동아일보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발표된 글로벌 주요 브랜드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본 결과, 한국 기업들의 성적은 일본이나 중국보다 뒤처진다. 중국처럼 깜짝 등장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뿌리산업’ 군단이 버텨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실상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LG 등 몇 개 회사가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해왔지만 최근 현대·기아차와 LG의 브랜드 순위가 점점 떨어지면서 이제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코리아 브랜드 파워’랄 게 거의 없는 현실이다.

23일(현지 시간) 영국의 브랜드평가 전문 컨설팅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19년 세계 5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린 한국 업체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LG그룹뿐이었다. 세 회사 모두 순위가 전년보다 하락했다. 5위에 오른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912억8200만 달러(약 103조3000억 원)로 지난해(922억8900만 달러·4위)보다 1.1% 하락했다. 10위권 내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가치가 많게는 30∼40%씩 성장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대차도 한 계단 내려앉아 79위를 차지했고 LG는 4계단 하락해 91위였다.

미국의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매년 10월 발표하는 ‘글로벌 100대 브랜드’의 최근 추이를 들여다봐도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2018년 글로벌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6위)와 현대차(36위), 기아차(71위) 3개뿐이었다.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전체 기업 브랜드 가치는 804억 달러(약 90조 원)로 전년(761억 달러)보다 5.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최근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부활에 나선 일본 기업들은 1242억 달러(약 139조 원)로 전년보다 14.2% 늘었다. 인터브랜드 관계자는 “닌텐도와 스바루가 새롭게 100위권에 진입하면서 일본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늘었다”며 “일본은 100위 내 드는 기업이 8개이다 보니 일부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조금 줄더라도 큰 틀에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사 기관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23일 발표한 ‘2018∼2019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 명단에서도 일본 기업이 39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한국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 LS산전 3개 기업만 뽑혔다. 중국은 지난해 화웨이만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 BYD와 샤오미가 새로 추가됐다.

중국 신생 기업들의 브랜드 파워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브랜드는 중국의 브랜드 가치를 화웨이가 처음 100대 리스트에 뽑힌 2014년부터 매겨왔는데 3년 만인 2017년에 150% 늘어났다. 브랜드파이낸스 조사 결과에서도 중국 공상은행이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8위로, 중국건설은행이 11위에서 10위로 올랐다. 중국 브랜드 가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0%로 미국(45.4%)에 이어 2위였다. 일본이 6.1%로 3위였고 한국은 ‘기타’로 분류됐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조기업들은 중소기업과도 사슬관계로 엮여 있기 때문에 한국 주요 기업의 브랜드 가치 성장이 떨어지면 산업 전반에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도미노 현상이 올 수밖에 없다”며 “창업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학과 기업에서 사내 벤처나 창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