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표팀 유니폼이나 트레이닝복을 입고 팬들에게 사인해 주는 기성용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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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식 발표는 없으나 이제 기성용이 축구대표팀의 일원으로 뛰는 모습은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영원한 현역은 없고, 어떤 선수든 은퇴는 불가피하니 소모적인 아쉬움을 늘어놓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지만 대상이 ‘기성용’이라 한동안 빈자리가 커 보일 전망이다.
벌써부터 기성용 대체자를 찾지 못한다면 파울루 벤투 감독이 구상하는 전술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그가 강조하는 ‘빌드업 축구’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대부분 ‘플레이어 기성용’에 초점을 맞춘 걱정들이다.
타당하다. 지난 수년 동안 대표팀에서 기성용이 차지하는 존재감은 상당했다. 감독들이 바뀌어도 기성용의 비중은 차이가 없었고, 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대표팀의 전술 운영이 달라진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다소 느리다고, 이제는 파워나 스피드가 떨어져 전체적인 템포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그가 경기에 나서지 못한 뒤에는 여지없이 그의 ‘난 자리’가 티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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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기성용이 부상을 회복하지 못한 채 뉴캐슬로 돌아가면서 직간접적으로 대표팀 은퇴를 암시했으니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벤투 감독은 28일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기성용과 의견을 나누지는 않았으나 그가 은퇴 의사를 밝힌다면 존중해야한다”면서 “기성용 없이 플레이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기성용은 우리 축구에서 중요한 선수지만, 대안을 찾겠다”는 말로 어느 정도 준비를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기성용의 A매치 데뷔전은 지난 2008년 9월5일 요르단과의 평가전이었다. 그와의 12년 동행이 마무리 되는 분위기다. 기성용은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 필리핀과의 경기까지 총 110번의 A매치에 출전했는데, 111번째 A매치는 없을 지도 모른다. 진짜 타격은 ‘플레이어 기성용’의 부재보다 ‘리더 기성용’의 공백이다.
물론 캡틴 임무는 이미 다른 선수에게 넘어갔다. 러시아 월드컵까지는 기성용이 주장 완장을 차고 있었으나 벤투 감독 부임 후에는 손흥민이 대신 차고 있다. 하지만 정신적 지주는 여전히 기성용이라는 것이 대표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손흥민 스스로 “나의 주장은 성용이 형”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더라도, 기성용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선수가 완장을 차고 있는 것과 진짜 빠진 상황에서 리더 역할을 맡은 것은 차이가 있다는 전언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기성용은, 대표팀의 특별한 가치를 알고 있는 마지막 세대 느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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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의 나이로 대표팀에 들어와 어느덧 서른이 됐다. 막내(2010)로, 중추로(2014), 맏형급(2018)으로 월드컵을 3번 경험했고 아시안컵 역시 마찬가지였다. 꿈결처럼 하늘을 날아다닐 때도 있었고 나락으로 추락한 적도 있었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 긴 여정을 그는 처음처럼 최선을 다했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때 한 선수는 “성용이 형의 훈련하는 것만 봐도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왜 내가 열심히 해야 하는지 느끼게 된다. 보고 배울 것이 정말 많다”는 진심어린 존경심을 표한 바 있다. 이런 영향력을 주는 선수는 그리 자주 나오지 않는다.
미드필더 기성용을 대신할 제2의 누군가는 키우면 된다. 진짜 손실은, 플레이어 기성용이 아닌 리더 기성용의 공백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