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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교 성폭행 무죄, 법상식 어긋나…특수성 고려해야”

입력 | 2019-01-29 15:25:00

시민단체 “시대 뒤떨어진 판결” 대법원에 처벌촉구
군사법원 1심 ‘징역 8·10년’→2심 ‘무죄’로 뒤집혀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응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같은 해군 함정에 근무한 소령과 함장이 직속 부하인 여군에게 가한 성폭력에 대해 1심 유죄판결을 뒤업고 무죄를 선고했다. 고등군사법원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에는 해당할 수도 있겠지만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2019.1.29/뉴스1 © News1


여성 장교를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장교 2명이 2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대법원의 처벌을 촉구했다.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위)’는 29일 서울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영관급 해군장교인 B씨는 2010년 9월부터 11월까지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10회에 걸쳐 강제추행하고, 2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다른 장교 A씨는 피해자가 B씨에 의해 임신한 뒤 임신중절수술을 받자, 이 사실을 빌미로 2010년 12월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을 맡은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A씨에게 징역 8년을, B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해군본부 고등군사법원은 지난해 11월 2심에서 A씨와 B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고등군사법원 재판부는 “피해자가 의도적으로 허위 진술을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기억이 변형 혹은 과장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강간죄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이 동반되지 않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심 판결에 불복한 군 검찰은 상고장을 제출해 현재 대법원 심리를 앞둔 상태다.

공동위는 “고등군사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법 상식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도 따라가지 못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이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향적인 판결을 내릴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복무를 희망하는 경우,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고서도 피해를 알리거나 사건화하기를 포기하기도 한다”며 “장기복무를 희망한 피해자 역시 자신의 평정에 영향을 주는 직속상관으로부터 피해를 겪고도 당시 적극적으로 피해에 대해 호소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했다.

젊은여군포럼 김은경 대표는 “고등군사법원의 판결은 상명하복 구조의 군에서 발생하는 상관 성폭력의 책임을 피해자 여군 부하가 고스란히 짊어지라는 참담한 메시지를 던진 꼴이다”며 “대법원의 판결로 군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