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가 한창인 시기에 베테랑 공격수 이청용(보훔)이 한국으로 떠났다. 만 하루가 지나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이청용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은 18일 밤(현지시간)이었다.
익히 알려졌듯 때 아닌 이청용의 한국행은 여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서였다. 경험 많은 이청용이 대회 기간 자리를 비우는 게 어렵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오빠로서 여동생의 결혼식을 놓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이청용은 고심 끝에 파울루 벤투 감독을 찾아갔다.
이 결정은 관계자들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예전에는 본 적 없는 일이다. (한국이) 가까운 거리도 아니라 놀라기는 했다”고 했다.
이로부터 사흘이 지난 21일 두바이 막툼 빈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에게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이 사안에 대해 “간단한 문제”라고 표현했다. “축구가 생활의 일부이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것이다.
이청용은 한국을 오가며 왕복 20시간에 이르는 비행을 했다. 아무리 잘 쉬었더라도 꾸준히 UAE에 머무르던 선수들에 비해 컨디션 조절이 힘들 수밖에 없다. 감독이 붙잡았어도 선수 입장에서는 딱히 할 말 없는 상황이었다. 벤투 감독의 파격적인 결정은 한국 축구사에서 새 발자취를 남겼다. 벤투 감독 전에도 만사를 제쳐둔 채 축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개인 사정을 들어 빠지겠다고 말할 분위기 또한 아니었다.
축구와의 인연은 언제든 끝날 수 있지만, 가족은 살아가는 동안 평생 함께 해야 할 존재다. 벤투 감독은 축구 지도자가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사안에 접근했다. 덕분에 이청용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가올 토너먼트를 준비하고 있다. 벤투 감독을 향한 충성심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이청용은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준 벤투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뛸 것이다.
【두바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