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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가 권한 한 권의 책… 막막한 현실에 한 줄기 빛으로

입력 | 2019-01-17 03:00:00

‘책처방’ 프로그램 체험해보니…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책방이듬’에서 이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김이듬 시인. “우울을 없애주거나 돈을 잘 벌게 해주는 ‘책처방전’은 없다. 오래 쌓인 독서가 점차 힘을 발휘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흥렬 사진작가 제공

삶의 고민이 깊을 때, 막막한 현실에서 돌파구를 찾고 싶을 때…. 요즘 ‘책처방’이 화제다. 책처방이란 약 한 시간 동안 상담사와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눈 뒤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받는 프로그램이다. 독립서점에서 주로 진행하며 비용은 5만 원 안팎. 독립서점 ‘카모메 그림책방’과 ‘책방이듬’, 모바일 도서플랫폼 ‘플라이북’을 찾아 기자가 직접 책처방을 체험해봤다.

○ 상담은 ‘유쾌’ 추천은 ‘뾰족’… 시인의 처방

“병원처럼 위급한 부분이 책으로 치유되는 건 아니잖아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책방이듬’을 운영하는 김이듬 시인은 원래는 ‘책처방’에 회의적이었단다. 하지만 책이 주는 위로를 원하는 이가 적지 않아 책처방을 도입했다. 김 시인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직장에서 경력이 쌓일수록 부담감도 크다”는 고민에 “허약하고 파괴적인 생각을 하면 그렇게 된다. 강박은 피곤함만 낳을 뿐”이라며 ‘랩걸’(알마)을 권했다. “물욕을 줄이고 싶다”고 하니 “이미 경계하는 마음을 지녔다는 게 중요하다”며 고(故)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난다)를 추천했다.

다른 이들은 어떤 처방을 받았을까. “실수하면 며칠을 자책한다”는 신입사원에겐 ‘회사의 언어’(어크로스), ‘반응하지 않는 연습’(위즈덤하우스)을 추천했다. 다운증후군 자녀를 둔 부모에겐 서효인 시인의 ‘잘 왔어 우리 딸’(난다)을 소개했다고 한다.

[후기] 상담은 유쾌하되 처방전은 날카롭다. 방대한 독서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맞춤 추천해줬다. 독서 편식을 바꿔보려는 이들도 이용할 만하다.

○ 직관적 힐링을 주는 ‘그림책처방’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카모메 그림책방’에서 정해심 대표(오른쪽)가 한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정 대표는 “타로는 이야기를 편하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림책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1일 서울 성동구에 자리한 ‘카모메 그림책방’을 찾았다. 그림책 400여 권이 빼곡한 공간에 들어서자 마음이 절로 차분해졌다. 이곳에선 책처방 격인 ‘책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50분간 타로카드를 이용해 상담한 뒤 제공하는 그림책 1권을 포함해 3, 4권을 골라준다.

“좋은 질문에서 좋은 대화가 나옵니다. 질문을 준비하세요.”

카드를 솜씨 좋게 펼치며 정해심 대표가 말했다.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 ‘추천 받고 싶은 그림책 주제’를 묻는 질문지에 답을 채워갔다.

“열심히 하는 것과 인정받는 게 늘 일치하는 게 아닙니다.” “성배를 들고도 마시지 못하는 (타로카드 속) 왕처럼 늘 갈급할 겁니다.”

타로가 매개여서인지 거부감 없이 속마음을 꺼낼 수 있었다. ‘타로 수다’를 마친 뒤 정 대표가 서가에서 척척 그림책 4권을 뽑아왔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시공주니어), ‘나는 고양이라고!’(시공주니어), ‘공기처럼 자유롭게’(미래아이), ‘구덩이’(북뱅크). 이 가운데 ‘샘과…’를 데려왔다.

[후기] 그림책의 여운이 꽤 길었다. 평소 책과 친하지 않거나 그림책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잘 맞을 듯하다.

○ 간편하게 다양한 책 골라주는 ‘플라이북’

도서플랫폼 ‘플라이북’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하면 ‘내 상태’를 묻는다. ‘요즘 상태’의 14가지 항목 가운데 ‘불안해요’ ‘행복해요’ ‘용기가 필요해요’ 등을, ‘요즘 관심사’로는 ‘진로’ ‘기획·마케팅’ ‘지식·상식’ ‘글쓰기’ 등을 택했다. 장르, 분량, 난이도는 특별한 선호가 없어 ‘아무거나’를 찍었다. 선택을 마치면 관심사와 상태별로 30여 권의 추천 목록이 뜬다.

[후기] 평소 독서 범위 밖의 책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추천 권수가 너무 많아 선택에 방해가 됐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