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까지 신드롬을 일으킨 ‘박항서 매직’은 박항서 감독 혼자만의 업적이 아니다. 박항서 감독의 손과 발을 자처한 ‘그림자’ 이영진 수석코치(왼쪽)와 에이전트 이동준 디제이매니지먼트 대표의 숨은 공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하노이(베트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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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과 베트남은 축구로 한층 가까워졌다. 베트남대표팀의 한국인 지도자 박항서(60) 감독이 일군 기적과도 같은 성과에 양 국은 큰 갈채를 보냈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가까운 길을 걸었기에 세상의 시선은 더욱 따스했다. 그의 주변을 지킨 사람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더욱 잘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박항서의 사람들이 말하는 박항서는 어떤 인물일까. 박항서의 그림자로 불리는 두 사람의 평가를 1인칭으로 정리했다.
● 이영진(베트남대표팀 수석코치)
소통에 굉장히 능한 분이다. 선수들과의 스킨십이 아주 좋다. 그런데 그것이 전혀 가식적이지 않다. 가식이 조금이라도 섞여있다면 남들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법이다. 선수들에게 친부모 이상으로 친근하게 대한다. 부상자가 생기면 일일이 다독이고 어루만져주고 정성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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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들과의 의견교환에도 무척 적극적이다. 전술적인 부분, 훈련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분을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토의한다. 그런데 자신의 의지만 고집하지 않는다. 코치들의 의견과 조언을 최대한 이해하려 하고 잘 받아들인다. 간혹 서로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끝까지 다 듣고 결정을 내린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긴다. 의리가 강하고 선수들에게 많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 이동준(디제이매니지먼트 대표·에이전트)
아주 스마트한 분이다. 특히 상황인식 능력이 좋다. 베트남에 빠르게 뿌리내리고 적응하는 모습에서 큰 성공은 아니더라도 욕을 먹진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문화를 깊이 흡수하고 존중하며 가진 자원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베트남축구협회(VFF)에 추천하면서 적극 어필한 부분이 ‘언더 독을 좋은 결과로 이끌 수 있는 지도자’였다. 이것이 적중했다.
K리그 지도자 시절부터 토너먼트 무대에서의 높은 승률도 한 몫 했다. 성향도 베트남인과 비슷하다. 얼핏 느긋한 듯 하나 결정이 굉장히 빠르다. 조금 급해 보이는 감독 성격과 베트남 사람들의 궁합이 어울린다고 봤다. 솔직히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외모의 도움도 있었다. 작은 키라는 신체적인 한계를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바꾼 감독 본인의 노하우와 경험이 베트남의 어린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수된다고 현지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유일한 바람이 있다면 감독께서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언젠가 베트남을 떠나는 순간까지 존중과 사랑을 받으면서 아름답게 이별하기를 바랄 뿐이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모습이나 박 감독과 베트남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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