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정부가 예산 다 써버려… 후임 클린턴의 큰 정부 정책 막았듯 시간을 쪼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고 나서 시간을 쪼개 일해야 모임 전 건강식으로 먼저 배 채우고, 일도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 먼저
김소영 객원논설위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
당시 나는 미국에 유학 중이었는데 학교에 가면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커피를 마시면서 학과 라운지에 놓인 뉴욕타임스를 읽는 게 지금 표현으로 하면 소확행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당 지지 언론으로 클린턴 1기 정부가 포부와 달리 실제 개혁에 난항을 겪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분석이 자주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지금도 기억나는 글이 이전 부시 정부 때 나랏돈을 워낙 많이 써서 민주당 정부가 아무리 큰 정부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 돈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의도가 있든 없든 결과적으로 예산을 다 써버려서 민주당 정책을 보이콧하는 공화당 전략이라고 코멘트를 달았다.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니 재임 기간 국채가 가장 많이 늘어난 미 대통령 10명 중 1, 2위는 1, 2차 세계대전 중 재임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우드로 윌슨이고, 그 다음 3, 4위가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인데 이 둘이 바로 클린턴 직전 8년 공화당 정부를 이끈 대통령들이다.
사실 공화당 전략 다이어트가 새로운 건 아니다. 전 세계 1500만 부가 팔린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세 번째로 든 습관이 급한 게 아니라 중요한 걸 먼저 하라는 것이다. 사실 이 말에 200% 공감이 되지만 현실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한가히 운동이나 하고 앉아 있을 수 있나? 하지만 조금씩 중요한 걸로 먼저 시간을 써버리면 급한 일도 점점 줄어든다. 결국 지금의 급한 일은 과거의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현재로 미뤄진 빚이므로.
운동은 그렇다 치고 식단 조절의 공화당 전략은 어떤가? 식단 역시 패스트푸드가 들어설 자리가 없게 제대로 된 식사를 먼저 하고, 식사량을 줄이고 싶으면 칼로리가 적은 음식으로 배를 먼저 채워버리는 것이다. 최근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랑 연말까지 이어지는 휴가 시즌에 미국인들은 평균 1파운드(약 0.45kg) 체중이 느는데 축제 분위기로 먹어대는 양에 비하면 얼마 안 된다. 그런데 매년 이 증가분이 이자로 치면 단리가 아니라 복리로 늘기 때문에 상당한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연말 시즌 살 안 찌는 법이라 해서 식사 모임에 가기 전 미리 먹어두기 같은 팁이 나온다.
그런데 개인의 노력이 ‘노오력’으로 배신당하는 시대에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이들에게 공화당 전략 다이어트는 무용지물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운동할 뻔했다는 자조감, 건강하게 배를 채울 음식도 없는 현실 앞에서 사치에 불과할 전략이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공화당 전략만큼 확실한 게 없는데 대통령이 아닌 보통 사람도 써먹을 수 있도록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운동을 할 시간과 조금이라도 건강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소영 객원논설위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