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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격차, 한국 기업이 일본보다 높아”

입력 | 2018-12-26 03:00:00

한국경제연구원 양국 비교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임금과 생산성의 연계 높여야”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임금이 비례해 높아지는 ‘임금 연공성(年功性)’이 일본 기업보다 국내 기업에서 더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일 두 나라가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고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그 성과는 일본이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임금구조 기본통계 자료와 일본 후생노동성의 임금구조 기본통계를 바탕으로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의 근속연수별 임금 격차를 비교한 결과, 지난해 한국의 30년 이상 근속자 임금은 1년 미만 근속자의 3.11배로, 일본의 2.37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월평균 임금을 시장 환율로 환산하면 근속연수가 5년 이상인 시점부터 한국이 362만 원으로 일본(343만 원)을 추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국 물가수준을 고려한 구매력평가지수(PPP) 환율을 적용할 경우 한국의 월 임금이 모든 근속 구간에서 일본보다 높았다. 한국 기업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는 경제개발 시기 일본을 벤치마킹해 도입했지만 현재는 일본보다 연공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높은 연공성 탓에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이 근속기간과 비례해 올려줘야 하는 기본급을 줄이는 대신 상여금이나 급식비, 교통비 등을 늘리며 복잡하고 기형적인 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이는 최근 주휴시간을 포함한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 모두 성장률이 둔화되고 글로벌 경쟁 심화,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이 같은 임금 연공성은 꾸준히 완화되는 추세다. 일본 기업들은 1990년대 이후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겪으며 연령·근속급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직무, 성과형 임금체계로 개편하고 있다. 그 결과 근속연수 1년 미만 대비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배율은 2001년 2.81배, 2007년 2.57배, 2017년 2.37배로 낮아졌다.

한국 역시 근속연수 1년 미만 대비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배율이 2007년 3.48배에서 2017년 3.11배로 하락했다. 호봉급 도입 사업장 비율은 2010년 76.2%에서 2017년 60.3%로 줄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연공성이 높은 임금구조에선 근속연수가 오를수록 임금과 생산성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임금과 생산성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