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보근(왼쪽)-안우진. 스포츠동아DB
넥센 히어로즈의 2018시즌을 설명하는 단어는 ‘기적’이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 잇따른 불미스러운 일까지 겹쳐 정상 전력을 꾸리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정규시즌 4위(75승69패)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 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준PO)를 통과했고, SK 와이번스와 PO에서도 5차전 연장까지 혈투를 벌이며 감동을 자아냈다. 변수 없이 지금의 전력을 유지한다면, 2019시즌 대권 도전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단, 불펜 약점 보완이라는 큰 숙제를 해결해야 가능한 일이다.
● 타선·선발진, 이대로면 OK
타격에는 큰 문제가 없다. 프리에이전트(FA) 김민성이 이탈하더라도 기존 전력이 워낙 막강하다. 서건창과 김하성, 박병호, 제리 샌즈, 이정후 등 5명만으로도 10개구단 중 최정상급의 공격력을 뽐낼 수 있다. 임병욱, 김혜성, 송성문, 김규민 등 이들을 뒷받침할 타자도 대거 포진하고 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앞둔 포수 김재현의 빈자리는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지영을 통해 메웠다.
선발진도 비교적 탄탄하다. 제이크 브리검~에릭 요키시~최원태~한현희에 이승호 등 신진세력이 버티는 로테이션은 타 팀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건강하다는 전제조건만 충족하면, 선발진을 꾸리는 데 큰 고민이 없다. 2018시즌 선발진 평균자책점도 10개구단 중 2위(4.73)였다. 선발진이 올해처럼 순조롭게 돌아간다면, 그만큼 불펜의 약점도 상쇄할 수 있다.
● 불펜 약점 어떻게 풀까
아예 대안이 없진 않다. 올해 PS에서 루키 안우진이 강력한 구위를 자랑한 것이 희망요소다. 구단 내부에선 안우진이 2019시즌을 통해 필승계투요원으로 커리어를 쌓고, 그 이후에는 선발 또는 마무리로 자리 잡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속 150㎞대의 강속구와 슬라이더의 조합, 릴리스포인트를 조절하며 공의 궤적을 달리 하는 완급조절 능력도 일품이다. 그러나 정규시즌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는 그를 ‘상수’로 규정할 수는 없다. 김상수와 오주원 등 보유 중인 자원으로 최적의 조합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 그 시간이 길어져선 곤란하다. 쉽지 않은 겨울방학 숙제를 떠안은 영웅군단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