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탈선사고 파장]오영식 사장 사퇴 파문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의 사퇴 표명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 안전’을 강조한 현 정권에 큰 부담을 줬을 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민망한 일”이라며 고강도 대책 마련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11일 오후 대전 코레일 본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께서 우려와 사과 말씀을 하셔서 코레일 수장으로서 더 책임을 통감했다”고 했다.
하지만 오 사장 사퇴에도 불구하고 코레일 사장직을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생각하는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고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 사장이 사퇴의 변에서 이번 탈선 사고를 과거 정권의 책임으로 돌린 것도 인사 실패 지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오 사장은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이다. 철도산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오 사장을 무리하게 코레일 사장에 앉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8일 탈선 사고 이후 코레일 안팎에서 “낙하산인 오 사장이 남북 철도와 노사 협의 등 정치적 현안에 집중하느라 정작 안전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오 사장은 홍보·이벤트 전문가인 대학 동기를 코레일 대변인으로 임명해 ‘낙하산이 낙하산을 내려 꽂았다’는 말도 나왔다.
코레일 사장의 전문성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코레일 사장 8명 중 철도 분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은 신광순 초대 사장과 최연혜 6대 사장뿐이다. 2대 사장인 이철 전 사장은 국회의원 출신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 있었다. 강경호 3대 사장 역시 현대건설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이었다. 이 밖에도 경찰(허준영 전 사장), 감사원(정창영 전 사장) 출신 등 철도와 무관한 인사가 정권 입맛에 따라 사장 자리에 앉았다.
코레일 사장직이 정치적 논공행상에 활용되면서 역대 사장 중 임기 3년을 모두 채운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 정권과 함께 바뀌거나 정계 진출을 핑계로 중간에 그만뒀다. 신광순 초대 사장은 2005년 유전 개발 비리에 연루돼 5개월 만에 사퇴했고 최연혜 전 사장은 철도 파업 논란으로 물러난 뒤 자유한국당의 공천을 받았다.
장수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교통학)는 “이번 일을 계기로 철도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철도 관련 기관장이 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인사 조건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철도 분야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고 최근 들어서는 시속 300km 이상으로 주행하는 고속열차의 운행 비율이 늘었기 때문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성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