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상대로 68대35 압도적 승리
보수정당 최초 여성 원내대표 11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나경원 의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정용기 의원(왼쪽부터)이 손을 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나 의원은 보수 정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가 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판사 출신의 4선 비박(비박근혜), 비복당파 나경원 의원(55·서울 동작을)이 11일 선출됐다. 나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초선 의원으로서 국가보안법 개정 등 ‘4대 악법’을 막아낸 경험을 되살리겠다. 보수의 가치와 원칙을 훼손하면 장외투쟁도 불사한다”며 강한 야당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정책위의장은 나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나선 재선의 정용기 의원(56·대전 대덕)으로 정해졌다.
○ 친박계의 복당파 견제 심리에 더블스코어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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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한국당 의원들은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며 박빙 승부를 예상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나 원내대표의 압도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지난 1년간 당권을 장악한 복당파와 친홍(친홍준표) 세력에 대한 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고, 이 과정에서 따로 후보를 내지 않은 친박(친박근혜) 진영 중 상당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복당파인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이 인사 독점을 했다는 비판 여론이 강했다.
나 원내대표는 탄핵 국면에서 복당파 의원들과 행동을 함께했지만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으로 탈당하지 않고 한국당에 남았다. 한국당의 관계자는 “너무 친박 색채가 진한 것도 싫고, 그렇다고 집 나갔다 들어온 복당파가 휘젓고 다니는 것도 싫다는 초·재선들의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당선 직후 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의원들은 과거의 계파에 갇히지 않고 미래를 택했다. 득표 결과에 나타난 것처럼 통합의 단초를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이어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임명해야 하는데 당내 모든 인사의 원칙을 적재적소와 탕평 인사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란, ‘유치원 3법’ 처리 문제 등에 대해 “당내 의견을 차분히 수렴해 보겠지만 우선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시한을 연장하겠다”며 선거법 협상에 나설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신당’을 거론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당내 친박 세력이 나 원내대표 출범 후 본격적으로 세 과시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삼수 만에 제1야당 원내사령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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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선 스스로 “정치 생명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의원들 한 명 한 명에게 공을 들이며 ‘깍쟁이’ 이미지를 벗으려 노력했다.
압도적 표 차로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에 오르면서 재기에 성공한 이번 선거가 나 원내대표에겐 차기 여성 지도자로 설 수 있는 정치적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보수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가 아니라, 당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당이 정상적 모습을 확실히 갖추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 보수 통합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 출생일: 1963년 12월 6일 △ 출신지: 서울 △ 학력: 서울여고, 서울대 법대 △ 주요 경력: 사법연수원 24기, 서울행정법원 판사, 이회창 대선후보 여성특보, 한나라당 대변인·최고위원, 17·18·19·20대 국회의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