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2시쯤 택시노조 소속 택시기사가 국회 앞에 택시를 몰고 와 자신의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분신했다. 201812.10/뉴스1 © News1
10일 국회 앞에서 분신 사망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택시노조) 소속 기사는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면서까지 분신을 강행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최모(57)씨가 택시 안에서 분신 시도를 해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오후 1시59분 국회 정문 앞으로 택시를 몰고 갔다. 조수석에서 휘발유통과 비슷한 물체가 보이고 차에서 심한 기름 냄새가 나자 근무 중이던 경찰이 차를 세우고 검문하려 했다.
택시 안에는 최씨 혼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노조에 따르면 최씨는 소속 노조원으로서 카카오톡이 최근 출시한 카풀(승차공유) 서비스에 항의하는 뜻으로 분신을 저질렀다. 최씨는 노조에서 간부는 아니지만 대의원으로 일하고 교섭위원도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노조 관계자는 “오늘 오전 최씨가 분회위원장에게 ‘분신이라도 해야지 이러다 택시 다 죽는 거 아니냐’면서 카풀 문제로 따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은 오늘 최씨가 영등포에 있는 서울지역본부 사무실에 항의하러 가는 줄 알고 있었는데 국회로 가서 (분신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처음 분신을 거론한 건 이날 오전 10시께로 알려졌다. 심각한 낌새를 감지한 노조원이 오후 2시8분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강신표 택시노조 위원장은 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같은 플랫폼을 더 밀어주면 이런 사고는 또 터지기 마련”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나중에 카카오한테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문제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정부가 택시 노동자 생각을 너무 안 해준다”며 “택시기사 최저임금제라도 보장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유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가족과 직장 동료들을 상대로 사건의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현재 카풀 서비스를 시험 운영 중이다. 오는 17일에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택시 업계는 카풀 서비스에 집단 반발하며 10월18일 파업에 이어 지난달 22일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