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사들, 한중포럼서 사드 보복 이후 중국에 부정적인 한국 여론에 대한 속내 드러내 미중 경쟁 격화 속 “한미동맹 강화가 중국 국익에 피해” 인식 한국 측 “한국은 한미동맹 완화해 한중관계에만 집중할 순 없다 … 상대가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과잉 기대 말아야”
“한국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 정서를 가지고 있다. 중국이 발전하면서 오만해지고 한국을 업신여길 것이라고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
천상양(陳向陽)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한반도연구실 부연구원은 5일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에서 열린 제6차 한중 공공외교포럼에서 “한국인들은 중국이 한국을 기만할 것이라고 우려한다”며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자신감이 좀 떨어져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중 외교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 국제교류재단과 중국공공외교협회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한중관계 향후 10년의 버팀목이 될 전면적 신뢰구축’이라는 주제로 4, 5일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 참가한 중국 전직 관료, 학자, 언론인들의 발언을 통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이후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부쩍 높아진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 측의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서울과 평양에서 14년간 특파원을 지난 쉬바오캉(徐寶康) 전 런민(人民)일보 기자는 본 포럼에 앞서 4일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이 중국의 굴기를 반가워하지 않는 듯하다”며 “한국인들은 중국인을 얕잡아보고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괴롭힌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운데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기술 개발 등 면에서) 한국을 추월했을 때 한국 언론은 부정적이고 굉장히 못마땅해한다”고도 했다.
자오치정(趙啓正) 전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은 5일 “민족주의 정서가 (한중) 양자관계와 외교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의 여론이 일치하지 않고 청년층과 엘리트의 (상대에 대한) 분노가 있다. (중국) 청년층의 분노가 비교적 파괴력이 크다”며 “중국의 학자들이 (중국) 청년들에게 영향을 줘 극단적 민족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중 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측 인사들은 한미동맹 강화가 중국의 국익에 해를 끼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자오치정 전 주임은 “왜 우리가 사드에 대해 이토록 격렬하게 불만을 표시하는가”라고 운을 뗀 뒤 “미국인들은 원래 (중국에 대해) 억제와 관여를 했는데 현재는 억제만 한다고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중국을 뚜렷하게 억제하면서 (여기에) 한국을 끌고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서 중국이 격렬히 반응하는 것이다. 미중관계가 이전과 달라졌다. 억제당하는 중국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쉬바오캉 전 런민일보 기자는 “(한중 관계에서) 제3자(미국)의 간섭이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제3자에 의해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천상양 부연구위원은 “한미동맹을 해체하라는 게 아니라 한미동맹이 강화돼 중국에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옌청=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