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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法 싸움에 묻힌 ‘방과후 영어’

입력 | 2018-12-05 03:00:00

국회 심사 스톱… 개정안 손도 안대
초등 1, 2학년 내년실시 무산 위기… ‘농어촌 선행학습’ 일몰 연장도 표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추진한 ‘초등학교 1, 2학년의 방과 후 영어 수업 허용’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연일 ‘유치원 3법’으로 다투느라 당장 내년 3월부터 시행해야 하는 개정안 심사에 손도 대지 않고 있어서다. 3일 열린 법안소위에서 관련 법안은 이름조차 나오지 않았다.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 허용은 사실상 유 부총리의 1호 정책이다. 그는 취임 3일 만인 10월 5일 세종시의 한 초교에서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4년 시행된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올해 3월부터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을 전면 금지했다. 정규교육이 3학년부터인 만큼 그전에 가르치는 것은 선행학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렴한 방과 후 수업을 금지하면 영어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비판이 거셌다. 유 부총리는 취임 뒤 “영어 교육은 현장 요구가 높고, 아이들은 이미 유튜브나 TV로 (영어에) 노출돼 있는데, 그걸 국가에서 하지 말라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을 추진했다.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는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은 2개 상정돼 있다. 법안소위는 두 가지 안을 논의하고 수정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3일 법안소위에서는 물론 지난달 두 차례 열렸던 법안소위에서도 내용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학원이 거의 없는 농산어촌과 도시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중고교, 일반 고교가 휴업일에 방과 후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것도 내년 3월부터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 학교들의 방과 후 학교 선행학습은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내년 2월 28일 이후 금지된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박찬대 박용진 의원 등은 “(농산어촌 등의 선행학습이 금지되면) 교육 격차가 심화되고 사교육비 지출 부담이 가중된다”며 허용 기한을 2025년 2월 28일까지 연장하는 개정안을 10월 발의했다. 하지만 이 역시 논의가 멈춘 상황이다.

시급하진 않지만 상정만 되고 논의되지 못하는 법안은 교원지위법 개정안 6개 등 9개가 더 있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에는 교권 침해를 저지른 학생에게 학교장이 심리치료 이수·봉사·출석정지·퇴학 외에 전학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교육감에게 교권침해 행위 고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법안들은 4일에도 법안소위가 열리지 않으면서 7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기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여야는 법안소위를 6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가 유치원 3법 논의로 또다시 충돌하면 다른 법안 논의가 무산될 수 있다.

교육부는 언제라도 여러 법안 논의가 이뤄질 것에 대비해 말단 담당자부터 과장, 국장이 국회에서 ‘무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 3법 때문에 아무 논의가 되지 않으니 매번 허탕만 치고 온다”며 “시급한 사안이 논의되지 못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여야 간 정쟁으로 교원지위법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50만 교원이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입법 청원 서명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