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 동력 제약-바이오산업
국내 첨단 제약 바이오 업체가 입주한 인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 제약 바이오 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이다.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는 올해 바이오 의약품 제조 및 생산능력이 51만L에 이르면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취업 준비생들에게 제약·바이오기업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성장 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의약품 제조업의 정규직 비중은 99.9%에 이른다. 국내 산업계의 정규직 평균인 67.1%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정규직 비율이 높은 이유를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업계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제약 산업에 종사하는 연구원은 2011년 8765명에서 2016년 1만1862명으로 약 3000명이 늘었다. 제약 산업이 성장한 것은 연구 역량을 갖춘 인재들의 연구개발(R&D)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약·바이오산업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필수 연구 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지난해 7월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한국을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육성시키겠다는 정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최근 교육부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약대 계약학과 정원 100명 가운데 60명을 약대 입학정원으로 돌리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시장의 요구를 수용한 측면이 있다. 늘어난 입학정원은 약사 인력 증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존 약대로 배정하거나 약대 신설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최근 5년간 수출증가율 13.6% △최근 3년간 신약 기술 수출 33건 △수출 계약 규모 10조4000억 원을 달성했다. 업계는 2021년까지 글로벌 시장 규모가 17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 산업 시장 중 바이오 의약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바이오산업이 세계경제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는데 2014년 179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2020년 2780억 달러 규모로 급속히 팽창해 세계 의약품 시장의 2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제약업체의 생산 시설. 동아일보DB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신종질병 증가에 따른 의약품 수요 증가 △4차 산업혁명 등이 있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병 치료제의 경우 2015년 417억 달러에서 2022년 661억 달러로 커져 의약품 시장 중 항암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4차 산업혁명도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시대 흐름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존 헨리 클리핑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교수는 2017년 한국에서 열렸던 ‘바이오 미래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생태 혁명이 될 것이고, 기술 융합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며 “바이오와 생명공학이 정보기술(IT)과 결합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천시가 송도를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육성하는 것도 제약·바이오가 가진 유망성과 파급효과 때문이다.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청장은 지난달 제약·바이오의 심장인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송도에서 기업 하는 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송도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송도는 올해 바이오 의약품 제조 및 생산능력이 51만 L에 달해 세계 1위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D의 성패는 질 높은 연구 인력이 좌우하기 때문에 제약·바이오업계에 필요한 인력 양성 또한 지금보다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 BMS 조혜경 전무는 “연구에 필요한 인력 수준이 기업의 기대에 못 미쳐 재교육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며 대학에서 배출하는 의·생명 관련 학과의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산업 약사와 임상 약사(Pharm D)를 포함해 생명공학, 화학 등 수준 높은 전공자가 원활히 공급되면 제약·바이오업계의 경쟁력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약사 인력 부족을 해결한다는 정부 보고서가 나오고 있지만 약사 증원을 놓고 약사회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고 있어 산업계와 공공의료 부문에 필요한 약사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에서 2030년 부족한 약사 인력이 1만 명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약사회는 “약국은 포화상태이고 병원 약사 취업난도 매년 심각하다”고 맞서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지만 인력 공급은 지방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만큼 약사 공급에 지방 국립대를 활용해 대학 발전을 이끄는 계기로 삼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학이 발전하면 대학이 있는 지역도 발전한다는 ‘대학주도 성장론’이 그 배경이다. 국토교통부가 올해부터 추진 중인 ‘혁신도시 시즌2’는 대학을 활용해 정주 요건을 강화하고 창업 환경을 조성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대학과의 연계는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립대 육성-혁신도시 질적 성장-지역균형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는 정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30년 내 사라질 지방자치단체가 85곳에 이른다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 소멸 예측에 대학을 중시하는 새로운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립대 인재를 활용해 대학도 발전하고 지역도 살며 제약 산업 등 핵심 산업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