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 산업1부 기자
#2. 이달 초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상임위원은 공개회의에서 “‘방송산업 활성화’라는 단어만 봐도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제도를 개편하려 해도 관련 기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쪼개져 있어 손쓸 도리가 없다는 얘기였다. 방통위 수뇌부는 일주일 뒤 전체회의에서도 현재 방송 행정이 ‘기형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 업무는 이명박 정부 시절 방통위가 전담했으나 박근혜 정부 때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하며 유료방송 등 뉴미디어 정책이 미래부로 이관됐다. 미래부에서 이름만 바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불편한 동거는 현재진행형이다. 정부조직 중 유일하게 ‘통신’이라는 이름이 중복돼 있다. 산업 관점이 아닌 정치 이해에 따른 업무 분장의 한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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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 상당수 외국 플랫폼 업체들이 우리 콘텐츠로 이득을 보고 있다. 트위터는 ‘방탄소년단(BTS)’ 근황을 중계하며 세계 젊은이들을 붙잡고 있고, 유튜브는 1인 방송 크리에이터 등을 이용해 막대한 광고수익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국내의 A급 PD, 작가, 배우를 입도선매 중이다.
미디어 산업은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소중한 ‘금광’이다. “세계에서 넷플릭스에 대항해 제대로 된 OTT를 만들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미디어 산업에 대한 법적 정의나 정책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OTT를 방송에 편입하는 내용의 통합방송법은 발의조차 안 돼 언제 통과될지 불투명하다.
IPTV 출범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경쟁국보다 5년 늦었던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구멍가게’ 수준인 국내 플랫폼·콘텐츠 업계에 필요한 건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다.
신동진 산업1부 기자 shine@donga.com